종기와 여름
어제 열 살 아이와 [해식 동굴]에 대해 수업하는 중, 내가 고른 [찰싹찰싹]이란 단어에 아이는 웃음이 터졌다.
“선생님이 말해 준 그때 그 말이 생각나요.”
“그게 뭔데?”
“아니에요, 키득키득.”
아이는 결국 그게 무엇인지 알려줬다.
몇 해전 꼬리뼈 부근에 종기가 생긴 적이 있었다. 겁쟁이인 난 병원엘 못 가고 구멍 뚫린 도넛 베개 비슷한 걸 깔고서 운전했으며 걸을 때마다 온통 종기에 신경을 쓰던 때였다. 아마도 종기는 무르익었을 거다. 잘 익은 홍시처럼, 하지만 나는 그것이 터지지 않도록 좌우 엉덩이에 번갈아 임무를 주었다. 정중앙에 난 종기 때문이었다. 그 정점에서 신랑은 장난을 쳤지. 찰싹, 엉덩이를 치니 종기는 터지고 난 비명을 질렀지.
몇 주전에 그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해식동굴에 종기 이야기를 떠올렸으니 이제 아이는 해식동굴만 들으면 내 종기를 떠올리겠지.
나날이 여름은 곪아가는 종기 같다. 매미는 더 바삐 울어댄다. 기나 긴 장마에 한이 맺힌 듯 울어댄다. 산에서 시작한 바람은 시원했지만, 데워진 땅을 지나면서 무르익은 바람이 되었다. 용광로에 부는 바람 같다. 어제 읍내는 소나기가 내린 뒤라 그런지 시원했지만, 읍내보다 해발이 낮은 우리 동네는 1도 이상은 높다.
곪아가는 종기 같은 이 여름의 정점은 언제일까? 누가 찰싹 터뜨려줄까. 그게 태풍이려나?
누룽지 먹고 출근해야겠다.
2년 전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