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장마

어둠이 나를 재울지라도

by 게으른 산책가

알람 시간을 조정했다. 아직 여름옷을 입어도 될 때지만, 지구와 태양은 일출 시간에 대해서 주판알을 튕기는 게 틀림 없다.


한여름에는 5시가 조금 지나면 길가에서 산책하는 사람들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5시 알람을 끄느라 눈을 몇 번 꿈뻑한 덕분이다. 이제 그 패턴이 6시로 옮겨졌다. 이번에도 산책하는 사람들은 내 알람 시간 뒤에 들리니, 산책하기 적당한 밝기는 한여름과 늦여름은 한 시간 간격을 둔 것이다.


나갈까 말까, 잠시 고민했다. 가을에 하는 고민 중, 가장 흔한 고민이다. 일상에서 나는 고민하는 일이 적다. 1일 1 고민, 아침에 이루어진다. 잠자기 좋은 계절이라 그러지 않을 수 없다. 우선순위는 ‘나갈까’에 있다. 익숙한 고민에 뻔한 선택이 될 걸 아니까.



다리 위에 거미줄이 쳐졌다. 그것이 우리 집 베란다에서 하는 행패가 떠올라 우산은 거미줄을 끊고 있었다. 한쪽 거점을 잃은 거미줄은 꼬마들이 즐겨 타는 ‘방방이’처럼 위아래로 흔들거렸다. 높은 공중에서 흔들거리는 거미줄을 보다가 현기증이 났다.

‘으 발바닥 간지러워.’

불현듯 거미줄에 매달린 거미가 된 듯, 어지럽다. 얼른 고개를 돌렸다.


고작 30여분 걸었다. 예비용으로 가져간 우산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더 걸을까 말까, 1일 1 고민인데 오늘은 고민 하나가 더해졌다. 이럴 땐 후자다. 하필 재난 문자까지 공세를 더했기 때문이다.

‘7시 호우경보’

호우를 뚫고서 산책했노라, 이런 글을 썼다면 좋으련만 젖은 운동화 되는 게 싫었으며 걷다가 벼락 맞아 죽고 싶진 않았다.



집 안이 고요하다. 우리 집 아침은 언제나 고요하다. 아침을 새벽처럼 아는 대학생 두 딸은 입 벌리고 자고 있을 것이다. 신랑은 이 글을 쓰는 중간쯤 일어나 누룽지를 끓이고 있다.


비는 ‘호우경보’라는 예보에 맞게 죽죽 쏟아지고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