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친해지고 싶은 개를 만나다

내일도 볼래?

by 게으른 산책가

방문을 고정시키던 아령은 치워야겠다. 새벽이 차가워진 바람에 일어났다. 방문을 닫고 다리 사이에 이불을 끼고 자는 신랑에겐 이불을 고쳐 덮어줬다. 신랑도 춥긴 추웠는지 눈꺼풀은 올리지 않은 채 중얼거린다.

“창문도 닫아줘.”


구월에 내린 거센 비는 땅 속 깊숙이 스며들어 남아있는 여름 기운을 뽑아냈다. 집 옆에 있는 메타세쿼이아도 점점 추레해지고 있다. ‘여름 기운’에는 진초록도 있었던 모양이다.


반바지와 긴바지 중 무얼 입고 산책을 나설까, 신랑에게 물었다. 다행히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신랑.

“아직 반바지 입어도 돼.”

가볍게 나서는 게 좋다. 옷이 뭐라고 말이다. 더 경쾌한 기분이 드는 걸까. 동네 안에서 허리가 굽은 할머니를 만났다. 산책 중 여러 번 마주친 분인데, 할머니에겐 가을이 진즉에 와버렸다. 가까이 갔다면 나프탈렌 냄새가 나지 않았을까? 가을 옷으로 깔맞춤 하시고서 ‘너는 아직도 그 옷이냐?’라는 표정으로 위아래 살펴보셨다.

“아직도 젊구먼, 젊어.”

이건 긴 ‘감탄사’에 가깝다.


클 만큼 다 큰 백구를 만났다. 탈출인지, 주인이 허락해준 외출인지 모르지만 유기견은 아니었다. 밭 근처에서 냄새를 맡고 있었다. 그들에겐 그게 힐링이지, 아마? 난 무섭지 않은 척했지만, 무서워서 최대한 떨어져서 걸었다. 뒤로 힐끔 쳐다볼 때, 백구도 힐끔 나를 바라보는 바람에 우린 눈이 마주쳤다.

‘오호, 이 녀석은 냄새 힐링 시간이 아니었어. 내가 무서워서 냄새 맡는 척하는 거구나.’

우린 서로 ‘척’하는 중이었다. 백구는 가려던 방향이 하필 나랑 같았다. 일부러 반대 방향으로 가는 ‘척’하다가 내가 뒤를 바라보지 않으면 내 뒤를 따랐다. 그러다가 내가 뒤를 바라보면 다시 반대 방향으로 가는 척, 또는 주차된 차 뒤로 몸을 숨기며 나의 동태를 살폈다. 난 이것을 즐기고 있었고.


아 아쉽다. 코너가 나타났다. 백구야, 내일도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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