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 내린 아침 걷기
이제 수면내시경이 덜 두렵다. 10여 년 전 내시경 검사 이후로 어제 검사를 받았다. ‘수면’ 상태가 되지 않아 힘들었던 경험이 떠올라 메마른 손바닥 끝에 전류가 흐르는 듯했다.
“10년 전과 지금은 정말 달라요. 프로포폴이라서 금세 잠들 수 있을 겁니다.”
간호사의 말은 맞았다. 주사기를 누르니 시원한 액체는 혈관을 타고 있었다. 잠이 얼마만에 들었는지 가늠하기보다, 다른 온도를 느낀 혈관의 길이를 말하자면 두 뼘 정도의 혈관이 시원하다 할 때 잠이 들었다. 하필 점심시간, 아무도 나를 깨우지 않았고 무려 한 시간 뒤에 온갖 꿈을 꾸다가 깨어났다. 가정의학과에서 소견을 듣던 중, 알게 된 사실.
“프로포폴을 두 번 맞으셨어요. 마른 분들이 잠이 잘 안 들더라고요.”
그래서일까. 밤에도 미뤄둔 잠을 자듯, 잠에 취했다.
덕분에 다른 날보다 이른 산책 성공. 홍삼을 먹고 있지만, 효과는 봄이 될 때나 있을는지 손이 시리다. 트레이닝 바지 안에는 레깅스를, 상의 내복도 단단히 입었다. 완전 무장만 한다면, 서리 내린 초겨울 산책도 할 만하구나.
10여 미터만 걸으면 냇가가 있다. 겨울 철새가 자리를 잡았다. 물 위에는 사십여 마리 오리가 있고, 천변에는 까치와 까마귀가 있다. 텃새인 까치와 까마귀는 전학생인 철새 오리에게 관심이 있는지 물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에 놀러 오고 있다. 입김이 서리는 아침 산책이 고요하지 않은 이유다.
동백꽃은 필 때보다 봉오리를 품고 있을 때 더 많이 바라보게 된다. 바래지 않은 이파리와 점점 통통 해지는 봉오리를 살펴봤다. 생각보다 강하다고 여기는 동백나무는 따뜻한 날씨에 힘을 잃어간다. 힘든 날들은 굳건히 살아오고 살만 할 때 마침표를 찍은 누군가처럼.
8시가 다 되어가는데, 해는 몸이 무겁다.
오늘 밤에는 반달이 뜰 것이다. 저번 주 금요일에 개기월식이 있었고 동글동글했는데 그새 홀쭉해졌다.
붉은색을 찾았다며, 카메라를 들이댔다.
사진으로 기록 남기기. 프로포폴 두 방 맞고, 기분 좋은 아침산책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