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러운 어른들에게
한 번쯤 정리하고 싶었던 이야기.
나는 큰아들이 아기일 때부터 참 열심히 데리고 다녔다. 그것이 외출이든 여행이든 가리지 않았다. 아기와 함께 다니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리고 다닌 가장 첫 이유는 내가 나가고 싶다는 아주 단순한 욕구때문이었다. 내가 나가고 싶은데 아기가 있으니 가방챙기듯 아이를 챙겨 나간 것이다. 그렇게 아들은 8개월 때 오키나와, 13개월 때 제주도, 15개월에 오사카, 20개월에 홍콩 마카오를 비롯하여 많은 국내 여행을 다녔다.
이런 나를 보고 기억도 못 할 아이를 뭐 하러 그렇게 열심히 데리고 다니냐고 묻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처음에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여서 당황스러웠다. 난 그저 내가 가고 싶어서, 집이나 밖이나 힘들기는 매한가지라는 생각에 나간 것인데 저 질문은 뭘까 생각했다.
경험이 기억의 형태로만 남겨진다는 생각은 참 촌스럽다. 경험은 기억이 아닌 다른 형태로 우리에게 남겨질 수 있다. 아들은 실제로 아기 때에도 새로운 것을 보면 우와~ 멋있다, 라고 말할 줄 알았고 낯선 언어가 들리면 내 손을 꼭 잡고 그들의 입을 바라보기도 했다. 아들은 나름대로 세계를 관찰하여 자기 세계를 구성하고 있었다
그래도... 기억만 중요한 걸까.
기억을 중하게 여기는 이에겐 아들의 그 시간을, 내가 기억한다고 대답한다. 기억은 내가 할테니 아들은 그저 펼쳐진 광경을 마음껏 누렸음 좋겠다. 텔레비전 속 눈을 보고 아추워 하며 이불을 덮던 아들의 나날들이 그저 차곡차곡 쌓였음 좋겠다.
모든 것이, 모든 경험이
기억이란 형태로 새겨질 필요는
정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