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쉼표 Jul 10. 2022

더더더





아이가 학교에서 부채를 만들어왔다. 남겨 놓은 뒷말이 궁금했지만 묻지 않는다. 굳이 모든 말을 쓸 필요도 없고 남길 필요도 없다. 아이에겐 더더욱 그렇다.


브런치는 각 잡고 긴 글을 남겨야 할 것 같아 종종 망설이게 된다. 언제나 그만큼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의 부채처럼 뒷말을 생략하거나 굳이 생각하지 않고 내버려 두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쓰고 싶고 써야만 마음이 다스려진다. 그래서 나는 결국, 글에 진다.


바라봄-조차 버거울 수 있다는 것을 안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알면서 모르는 척해야 하는 것은 내 인생의 난제이다. 내려놓음의 기준도 역시 그렇다. 마치 두려움에 숨을 아끼는 음주측정처럼, 더더더더더-의 구호가 필요한 때다. 살아내고 있는 모든 날들에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입 발린 소리인지도 모른다. 아마 나는 숨을 더 길게 내쉬도록 외치는 경찰의 더더더더-처럼 그런 직접적이고 무서운 구호가 필요할지도 모르지. 이때까지 내 삶은 그런 구호 없이도 잘 굴러왔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어렵고 그래서 더 필요하다. 어차피 내가 견뎌내야 하는 몫이라면 더더욱.



더더더더더- 스스로 외쳐봐야 할까. 그런데 사실은, 언제나 그렇듯 내빼고 싶을 뿐이다. 아이가 부채에 남겨둔 뒷말이 정말 궁금한데 묻지 않는 건지, 그냥 모른 체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내 이름이 지워질 때 너무 슬펐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