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기록은 서투니까 일상처럼 쓰기
요즘 나는 좋다,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집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큰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 조금 걸으면 바다가 나오는 이곳이 안 좋을 수 없다. 사실 바다만 생각하고 온 것이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솔밭길이다. 이게 이렇게 좋을 줄은 미처 몰랐다.
바다 앞으로 이어지는 솔밭길은 그늘도 많고 나무도 크고 길도 폭신하다. 그 안을 따라 걷기만 해도 마음이 즐겁다. 눈과 귀로 바다가 넘치게 느껴지는데, 내 몸은 소나무 사이라니. 그 숲을 뛰어다니는 아들들을 보는 것도 행복하다. 마음이 놓인다. 정말로 이상하게 마음이 놓인다.
의자 하나 들고나가 그 나무 옆에 하루 종일 앉아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드문 드문 나무 옆에 앉은 사람들처럼 말이다. 이곳에 살 만한 이유는 이것이면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침이고 낮이고 밤이고 터덜터덜 걸어 나갈 수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지내고 있다. 아이들 입에서 엄마 바다가자, 하는 말이 자연스레 나온다. 남편과 슬리퍼를 끌며 바다와 소나무 사이를 걷는다. 슬세권이라는 신조어가 여기에 딱이다. 적어도 지금 우리에게는 그렇다.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차에 시동을 걸지 않아도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집 앞에 있다. 여느 여행과 다를 수밖에 없다. 이게 일상이 되면 어떨까. 딱 일 년이라도 지내고 싶어. 마음이 동한다.
아이들의 시간은 물론 말할 것도 없다. 아이들은 방학 내내 이곳에서 지낼 것이라는 말을 믿지 못했다. 이해하기까지 내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시간과 관계없이 아이들은 이미 좋다. 그래서 나는 또 마음이 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