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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표 Nov 03. 2022

엄마 이 책 너무 재미있어!




도서관 빽빽한 책들 사이에서 읽을 만한 책을 고르는 일은 꽤 어렵다. 나만 해도 학교 도서관에 특정 책을 찾으러 가는 편이지,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스스로 발견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게다가 책은 주로 사서 보는 편이라 도서관도 잘 가지 않으니 더더욱 그렇다. 책 냄새도, 도서관도 다 좋아하는데 그곳에서 책을 탐색하기는 어렵다.



그러다 올해부터 아이들과 지역 도서관을 종종 찾게 되었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사실 많이 방황한다. 아무 생각 없이 혹은 경험 없이 빼든 책이 재밌을 리 없다. 게다가 유명한 책들은 으레 다 대출 중이다. 그러니 나는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을 고르기 위해 가만히 이 책 저 책을 꺼내 들어 스르륵 훑게 된다. 그래도 글과 산 세월이 내 인생 절반이라(쓰면서 알았다! 절반이라니) 아이들보다는 책을 잘 고른다. 언제나 성공하지 않지만 그래도 성공률이 높은 편이다.



글로 설명할 만큼의 팁은 없다. 거의 내 직관에 의지한다. 일단은 제목을 보고 출판사를 보고 전집 형태라면 다른 책의 제목도 확인한다. 그리고 빼어 들어 훑는데 글자가 작고 글밥이 많으면 일단 제낀다. 아직 1, 3학년이기도 하지만 6학년 아이들 책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일단 책은 눈으로 읽는 것이기 때문에 편집도 너무 중요하다. 나조차 읽기 힘든 자간은 바로 제한다. 그리곤 처음과 중간, 끝의 문장들 몇 개를 훑는다. 이때는 오로지 내 직관에 의지하는 일. 말로 설명할 수 없다.



빌려온 책을 꺼내 든 작은아이는 오늘 엄마 이 책 너무 재미있어! 라고 말했다. 큰아이는 내가 주는 책은 어쨌거나 완독하는 편이다. 이것이면 되었지.



덧붙여 그저께 출강하는 학교 광장에 이동도서관이 있었다. 이동도서관은 사실 우리 시대 말이고 좀 다른 말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조차 안 난다. 아무튼 중앙도서관에서 테마별로 몇 권씩을 가져와 넓게 펼쳐둔 것인데 이게 참 신기한 게 나도, 학생들도 훨씬 수월하게 책에 접근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만 몇 명이 대여했으니 빽빽한 책장보다 그곳이 훨씬 나은 것이다.



나는 올해 아이들의 책을 고르며 이렇게 대신 양질의 책을 골라주는 일도 멋지다고 생각했다. 판매량과 상관없이, 그냥 이러저러한 마음과 맞닿는 책들을 조심스레 건네는 일. 어쩐지 멋있다. 아이가 지난주에 빌려온 책을 학교에 가서 소개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미 반납을 해서 슬퍼했던 것만 봐도 마음이 뿌듯해. 그 슬픔은 나의 원동력.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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