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눠 읽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쉼표 Nov 27. 2022

어른의 책 읽기. 당신이 먼저 알아야 할, 독서의 효용

김은미, 『읽는 만큼 나를 성장시키는 생존 독서』




아래 글은 매 학기 1주차, 대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읽기자료 중 하나다. 독서가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실제로, 직접적으로 독서의 효용을 경험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책 따로 나 따로 분리되는 경우 대부분 그렇다. 책을 나와 연결 짓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


몇 번의 경험을 쌓으면 글과 나의 관계를 단단히 할 수 있고 나의 순간들을 더 의미 있게 짤 수 있다. 어른의 책 읽기는 자유롭다.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정답에 가까운 해석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 오로지 나를 향한 글 읽기가 가능하다. 그것으로 삶이 얼마나 나아질 수 있을지는 경험한 사람만 안다.


자기중심 글 읽기는 아래 저자 말고도 독서의 효용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그대로 두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내가 실제로 그런 경험을 쌓아야 한다. ​






오감이 살아야 제대로 읽힌다
- 김은미, 『읽는 만큼 나를 성장시키는 생존 독서』,   라온북, 2016.


“책을 읽어도 아무런 변화가 없어요. 어떻게 읽어야 삶에 변화가 일어나나요?”​


책을 읽으면 공감되고 이해되기보다는 책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한낱 작가의 상상일 뿐이고 자신과는 상관없는 비현실적인 일로만 여겨진다는 사람들이 있다. 안타깝지만 이런 사람이 아주 많다. 어린 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많은 사람에게서 보이는 반응이다. 시간과 공을 들여 읽은 책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으니 더는 책을 읽을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나는 이들이 너무나 오랜 시간 자신을 잊은 채 살아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 맞춰 그 자신이 아닌 사회적 역할이나 혹은 출생과 함께 부여받은 역할로만 살고 있다는 말이다. 이들은 해야만 하는 일, 사회적인 통념으로 지켜야 하는 일, 과학적/합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일에만 반응한다. 이들에게 순간순간 느끼고 반응하는 살아있는 감각과 감정은 죄악시된다. 엄마니까, 아빠니까, 학생이니까, 교사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있다고 생각하며 오직 그 역할로만 살아간다. 자기가 속한 사회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기준으로만 살아간다. 이런 삶을 오래 살다 보면 자신을 잃게 된다.

책을 읽을 때는 주체가 되는 ‘자기’가 있어야 하는데 자기는 없고 일반적인 사회적 기준과 합리적, 과학적 기준만 있을 뿐이다. 그 잣대로 책을 비판하고 재단한다. 그러니 당연히 아무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책 읽기’는 단순히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작가와 나 그리고 텍스트 사이의 교감을 통해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감 정의 변화와 통찰의 순간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교감을 이끌고 나가야 할 주체인 ‘나’가 없는 것이다. 유리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같이 책을 멀찍이서 구경만 하는 것이다. 그들은 풍경 속으로 뛰어들지 못한다. 그러니 감동도,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나는 ‘인생을 바꾸는 독서/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하며, 많은 사람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얼 하고 싶은지, 먹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인지 아주 기본적인 욕구조차 돌보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것 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대개 감정이 절제되어 있으며 잘 참는다. 그것이 얼굴로도 나타난다. 마치 ‘나는 지금 잘 참고 있어. 나도 힘들어.’하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참을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서게 되면 ‘화’가 폭발하고 만 다. ‘화’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나올 수 있는 여러 가지 정서 반응 중 가장 좋지 않은 것으로, 타인뿐 아 니라 자신에게도 상처를 남기게 된다. (중략) 세네카는 ‘화’가 인간의 본성이 아니며 ‘비천하고 광포한 악덕이자 일시적 광기’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경우에 화를 낼까? 그 최대 원인은 ‘나는 잘못한 게 없어.’라 는 생각, 즉 무지와 오만함에서 나온다고 한다. 자신의 욕구를 내려놓고 타인이 원하는 대로만 살다 보면 피해의 식에 빠지기 쉽다. 오랫동안 충족되지 못한 욕구는 피해의식이 되어 화를 불러오고 결국 자신을 망치게 한다.

한 인간으로 살면서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외면하는 것 만한 잘못이 또 있을까. 나 역시 오랜 시간 가족을 위해, 남편을 위해, 자식을 위해, 내가 가르치는 사람들을 위해 나의 욕구를 외면하고 살아왔다. 그러면서 ‘나는 희생적이며 누구보다 타인을 위하는 사람이다’라는 오만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내 생각일 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온전히 돌보고 사랑할 수 없다는 진리를 알게 된 것이다. (중략)

우리는 정직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과 욕구에 정직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 직하게 말하고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욕구와 감정을 표현한다면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은 거의 없어지게 된다. 자기 자신의 감정과 욕구에 충실한 사람만이 죽었던 오감을 되살려 인생의 참맛을 맛보고 즐기는 주인공의 삶을 살 수 있다.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느낄 수 있는 주체인 ‘자기’가 있어야 보고 싶고, 듣고 싶고, 먹고 싶고, 냄새 맡고 싶고, 느끼고 싶은 무언가도 떠오르는 것이다. 그래야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고, 영 화를 볼 때 더 깊이 느끼게 되고, 깊은 공감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삶에 필요한 통찰을 얻게 된다. (중략)

당신의 몸에도 집중하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떤 느낌이 전해오는지, 저리거나 아픈 곳은 없는지 느껴보자. 당신이 ‘지금 여기’에서 바라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당신의 감정과 욕구에 귀 기울이며 그 일을 하나하나 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돌처럼 굳어 있던 가슴이 말랑말랑 살아날 것이다. 비로소 당신은 책으로 풍덩 들어가 울고, 웃고, 기뻐하는 당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며, 책 읽기를 통해 삶의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를 조금 덜 사랑하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