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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찬 하루들

장하고 짠내나는 워킹맘, 맞벌이, 4인가족

by 쉼표



이도저도 핑계댈 수 없어 고군분투하는 나날들이 숨가쁘게 이어진다. 문득 꼭 이래야 되나, 혹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묻지만 하나마나한 질문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아서 질문을 거둔다.

소리지르지 않고 넘어간 적이 없는 매일 아침. 모두가 일찍 일어나 설쳐도 모두가 9시 전에 각자의 공간으로 가기는 참 어렵다. 우리의 모든 시간이 아이들의 웃음이나 행복으로 귀결될 수는 절대 없는데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면서부터 더 큰 화가 치민다. 왜 이래야 하지? 또 반복되는 물음.

나로써 가치있게 살 일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자본주의 사회는 경제적 환원이 유일한, 혹은 최상의 가치처럼 만든다. 아이를 낳고 쉬는 동안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어서 안달났던 건 그 사회적 기능을 하지 못해서였다. 경제활동보다는 사회활동을 원했다고 말하지만 그저 그런 사회활동으론 해결되지 않는 갈증이 뒤따른다. 결국 수많은 삶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사회의 톱니바퀴가 되기를 자처한다. 그 자처에 뒤따르는 이 넘치는 하루들...

나 하나가 아니기에 더 어렵다. 건조기에 빨래가 그득하고 화장실 휴지가 떨어지고 아이들의 장난감이 며칠째 그자리에 있는 일상들. 새벽까지 수업을 준비하고 아침에 문방구로 달려가 준비물을 사고 차에서 약을 짜먹이고 병원 문닫기 전에 겨우 들어가 진료를 보는 나날들. 나는 정갈한 엄마가 꾸린 정갈한 집에서 자라서, 이런 일들이 더욱 낯설고 버겁다.

아이가 커갈수록 어려운 일만 많아지고 마음만 어렵다. 이제 그만. 그냥 딱 이만큼에 멈춰있으면 좋겠다. 이 이상이 되었을 때 우리가 각자를 주장하며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있겠지? 진짜? 모르겠다. 삶의 태도. 방향성. 결국 부모의 바운더리를 넘지 못하는 아이들의 방향. 천방지축 예민보스 첫째가 필요 이상으로 의젓해지는 요즘을 지켜보다보면, 똥꼬발랄 둘째의 솔선수범 유치원 생활을 전해듣다보면 장하면서 짠한, 그 묘한 감정들에 뒤섞여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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