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하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쉼표 Apr 05. 2019

국가재난사태 그리고 나



지난밤 뉴스를 보다 잠들었다. 늘 매시간을 분 단위로 나눠 사는 내게 흔치 않은 일이다. 불구덩이를 가만히 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다시 한번 절감하며 계속 바라보았다.


우습게도 그토록 오래 불을 바라본 이유는... 한 달 전부터 정동진 쪽 호텔 예약을 해놨기 때문이다. 결혼기념일을 맞이해서 남편과 나의 첫 여행지를 가려고, 아이들과 함께 그곳에 가서 놀 생각에 들떠 있었다. 그런데 그 근방에서 불이 났다. 지도를 펼치고 보자면 80km 정도 떨어진 곳이었지만 그곳은 어쨌든 심상치 않아 보였다. 그리고 동해시에 또 불이 나면서 어째 강릉만 도려내고 양쪽이 상황이 악화되었다.


아침에도 계속 뉴스를 찾아 보고 국가재난사태 선포 이후 추이를 지켜보다 문득, 아무렇지 않게 굴러가는 서울의 시간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 땅은 불구덩이가 되어 있는데 어느 땅은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흘러가는구나. 거기서 느껴지는 역겨움. 그러다 문득, 나도 여행일정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오래 불을 응시했을까 하는 생각에 또 다시 역겨움이 일었다.


남일을 내일처럼 여기는 것...이 우리에겐 사치일까. 혹은 지나친 공동체의식일까. 오랫동안 한국사회를 지배했던 "우리"라는 의식...이 갖는 맹점이 서서히 드러나는 요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해보이는 공감, 위로, 함께하는 태도...


그 중간. 탁월한 그 어느 지점을 찾으며 사는 것.

삶은 늘 어렵다. 아 내가 늘 어렵게 생각하는 건가?



부디 모두의 터전이 회복되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가족 틈에서 어른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