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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표 Nov 18. 2019

안녕,

설리의 죽음과 나





설리의 죽음에 필요 이상으로 슬픔을 느꼈던 이유는 동지를 잃은 것 같다는 생각때문이었다. 그 여린 몸으로 전사처럼 싸우는 모양새가 늘 든든했다. 한편 지들이 무자비하게 소비하던 설리의 여성성을 설리 스스로 마음껏 펼치려 하니 문제삼는 그 대중들의 꼬라지가 한심했다. 무대에서는 벗어도 되고 일상에서는 벗으면 안되는 그 이중성에 치가 떨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자유로워지는 설리를 보며  고마웠다.


설리가 삶을 끝내고 알았다. 고작 몇 살이었는지를. 그 나이에 그러기 위해서 얼마나 내적으로 고군분투했을까 생각했다. 든든하고 고마웠지만 진짜 힘들었겠다, 나중에 생각했다.


지인들은 나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는데 그런 호명이 내겐 과하다. 나는 어떤 해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는다. 끽해야 내 일상 도처에 놓인 어려움을 개인으로 말할 뿐이다. 다만 내가 평등주의자인 것은 맞다. 남성과 여성, 다수와 소수, 부자와 빈민, 비장애인과 장애인... 그밖에 많은 소수자를 생각한다. 당연한 게 없는 우리 일상에서 더 당연한 게 없을 소수자 간의 연대를 꿈꾼다. 물론 내 개인 욕망으로는 내가, 우리 아이들이 보다 많은 것을 누리고 살기를 바라지만 무언가를 짓밟고 혹은 모른 체 하고 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영원한 다수는 없다.
나조차 소수이며, 소수일 것이다.


나에게, 우리에게 필요한 관점들이 많다.
너무 많아서 되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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