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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표 Jun 23. 2020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사랑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명확한 것. 아이는 내 사랑이며 첫사랑이라는 것. 아이는 내 안에 넘치게 담긴 혈관이면서 발목이고 손톱이며, 콧잔등에 맺힌 땀방울이고 붉게 익은 뒷목이고 또 맑은 웃음이다. 아이와 나는 엄연히 다르지만 관계란 것은 그렇다.




다만 나는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에 대한 장점을 공개적으로 말하기보다 내가 겪는 어려움으로 글을 쓴다. 그러다 보니 내 글은 늘 염려로 점철된다.




내가 말하지 않는 것은 기쁨에 해당된다. 지속적으로 말하고 묻고 드러내고 또다시 조각내는 것은 그것을 말하지 않아도 되는 단계로 가기 위한 과정이다. 내게는 그렇다. 말할 것이 없는 상태가 되기 위해 나는 언제나 나 스스로와 싸운다. 사람들은 배가 부르면 무엇을 먹을까 묻지 않는다. 배가 고프거나 누군가의 끼니를 채워야 할 때 우리는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묻고 답하고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말하고 지속적으로 쓴다는 것은 비유적으로 배부른 상태로 가기 위한 노력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스물일곱에 만난 내 첫째는 나의 첫사랑이고 나의 귀한 사랑이다. 그런 내 아이의 사랑스러운 구석은 남들이 보는 것보다 훨씬 많다. 날마다 더 구석구석 아이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 말하지 않아도 당연한, 내 모든 염려의 토대다. 이런 토대가 없다면 그 어떤 생각도 영글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슬프게도, 아이와 함께하며 생기는 이런 어려움이나 염려는 결국 나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 스스로 자책하는 것으로 곧잘 마무리되어왔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나는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자책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런 내게 얼마 전 친구가 뜨끈한 위로를 해줬는데 그만한 말을 만난 적이 없다.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말을 계속 데워 내 마음에 담그는 것뿐이지. 생각을 물고 나가고 생각을 꼬고 또 스스로를 옥죄는 것은 나의 이상한 버릇.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나의 생각은 아마 뻔한 답이라도,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계속 갈 것이다.





삶의 반경을 넓혀간다는 것은 참 고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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