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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표 Apr 17. 2020

아들아 너 엄마 브런치 구독하니?




아이들과 저녁으로 치킨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아이들에게 내일 외할머니네 갈 거라는 이야기를 하자 또? 이러더니 방방 뛴다. 다행히 우리 양가는 다 주택에 사셔서 가면 아이들이 할 일이 많다. 잔디밭에서 노는 것도 그렇지만 호미 들고 할아버지를 쫓아다니고 형제 둘이 어깨동무를 하고 동네 산책을 다닌다. 어느 집에 닭이 있고 어느 집에 고양이가 자주 나타나는지 아이들은 잘 안다. 마당에서 고기도 먹을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아낌없이 간식을 주는 할머니가 있다는 거겠지. 이런 여러 이유로 할머니네 갈 거라는 소식에 기뻐하던 8살 아들이 이어 말한다.






엄마,
나 그래도 코로나에게 고마운 게 있어.







띠용! 뭐시라고라고라고라? 순간 당황했는데 그건 내가 코로나19가 본격화되던 때 쓴 브런치 글 때문이었다. 그 글의 제목은 바로 이것.





https://brunch.co.kr/@commapark/25





과히 내 아들이구나! 입으로는 차분히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를 물었지만 이미 저 첫 마디에 내 안에서는 흥분이 회오리치고 있었다. 너 엄마 마음이랑 같은 거야? 우리 아들? 정말 그런 거야?!!! 그리고 곧 아이가 대답한다.






코로나가 없으면 더 좋긴 하겠지만
코로나가 있어서
할머니네 더 자주 갈 수 있잖아.
학교는 못 가는 대신
영상으로 공부할 수 있는데
할머니는
영상으로만 보면 너무 아쉬우니까.






야, 너 뭐야. 왜 감동이야........




이빨 빠진 녀석이 치킨을 뜯으며 무심하게 하는 그 말들에 나는 금방 행복해졌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것도 어쩐지 반가웠지만 우리 아들이 이런 상황들 속에서 좋은 점을 찾고 다행인 점을 스스로 찾아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그래서 이 어미는 그 마음을 표현코자 감사한 마음 듬뿍 담아 콜라 한 잔 멋지게 채워줬으니 우리 아들도 나에게 감사하겠지? 후훗 -




오늘도 열심히 자라는 중인 내 아들, 아들들. 그리고 코로나19로 모두의 일상이 바뀌는 가운데 이는 이런 잔잔한 생각과 에피소드들. 다 지나고 나면 추억이겠지.




오늘도 우리는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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