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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표 Jul 10. 2020

술김에 쓰는 결혼예찬론





시끄러운 세상을 버티는 힘은 적어도 내게는 가족이다. 미혼 비혼 기혼 이혼 졸혼 모두 존중하지만 내게는 가족이 이 시끄러운 세상을 버티는 토대가 된다. 내가 꾸린 가정, 내가 태어난 가정 모두 그렇다.



요즘 치고는 이른 스물여섯에 결혼을 했다. 박사과정 중이었고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외동이지만 부모님이 아닌 완전한 내 편에 대한 갈망이 늘 있었다. 친구 사이에서도 내 모든 걸 나눌 단짝을 필요로 했고 그 단짝을 앗아가려는 다른 친구를 경계하느라 애태우는 10대를 보냈다.



시시껄렁한 연애보다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공감하고 나눌 연애를 지향했고 그러다 보니 20대 초반 연애는 늘 어딘가 불완전했다. 그러다 웃기고 재미있고 나보다 마음이 넓은 다섯 살 위 남편을 만나 백일날 상견례하고 결혼했다. 세상을 보는 렌즈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어린 나이에 어찌 그리 확신에 찼는지 그때의 내가 귀엽고 대견하다. 동시에 그런 내 판단을 믿어준 부모님이 정말 위대해 보인다. 당신들도 처음 겼었을 삶의 과업들을, 내게 그 어떤 불안도 들키지 않고 지내셨으니 그 속이 어땠을까 싶다.



연애 시작 8개월 뒤 결혼했고 결혼 후 3개월 뒤 아이를 가졌다. 스물일곱에 초예민한 아들을 키우느라 정말 힘들었는데 이제는 과거형. 언제나 믿고 의지하고 내 감정을 같은 무게로 나눠주는 남편 덕에 그 지루한 시간들을 잘 보냈다.



곧 10년 차.. 부부는 그 어떤 인간관계보다 많은 노력과 애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족이고 늘상 있는 사람이기에 당연히 여기는데 사실 사회생활에서 들이는 노력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헤아릴 것도 이해할 것도 보듬을 것도 많은 게 부부 아닐까. 집에 와서 바깥에서 쓴 에너지를 보상받으려고 자기를 주장하기보다 헤아림이 더 필요한 관계..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 힘이 되고 버팀목이 되니 할 만하다.



아이 둘에 맞벌이로 살면서 참 바쁘고 힘들고 지치는 일상들도 많지만 아이러니하게 이게 삶의 중심이 되니 무조건 힘들고 고되다고 말할 순 없다. 요즘같이 변수가 많은 일상들에서는 더더욱 마음이 안으로 굽어 들어간다.


지지고 볶아도 결국은 내 울타리.. 그 안에서 부단히 애쓰고 살아가는 모두에게 잘하고 있다고 위로하고픈 밤.



바깥에서 믿었던 사람들이 배신하고 스러져도 결국 내가 머물 공간이 있다는 것... 그 안에서 서로를 단단하게 지탱한다는 것... 그 대단한 것을 하고 있는 모두를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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