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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표 Aug 08. 2020

온라인 권력




근간 없는 신조어를 좋아하지 않지만 굳이 쓰자면 요즘 같은 언택트 시대에 온라인 세계는 더욱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동안 온라인은 현실세계보다 좀 더 공평하고 자유로우며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접근성을 가졌고 개개인의 존재적 특수성을 인정하고 인정받는 곳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문제는 그 온라인의 장점을 모두가 공평하게 누릴 수 없다는 데 있다. 즉 접근 용이성, 공평성, 자율성으로 치장한 온라인이 "누구에게나" 그럴 수는 없다.



일단 일차적으로는 한국사회에서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기기와 온라인 환경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당연한 환경으로 여겨지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기초적인 문제부터 걸려든다. 이 글이 통계학적 자료를 가져와야 할 학술적 글이 아니므로 그러한 근거를 찾아 붙이는 수고로움은 하지 않겠지만 당장 사회 면면만 보아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코로나 시대에 교육은 온라인 교육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이때 공교육에서는 그 결정보다 반 박자 더디게 스마트 기기 보유 여부 조사와 대여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재미있는 게 여기에는 스마트 기기만 있으면 온라인 교육이 당연히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관점이 전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주방기구를 갖고 있다고 모두가 요리를 잘하지 않는 것처럼 관련 기기를 갖췄다고 누구나 온라인 환경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린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노년층도 마찬가지다. 모든 정보나 일처리가 온라인으로 이전하면서 노년층은 사회로부터 극심한 소외를 경험하고 도태된다. 어린 아이든 노년층이든 온라인에 익숙한 보호자가 없으면 기본적인 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다소 거칠지만 정말 그러하다.



이런 일차적인 문제는 온라인 권력으로 확장되면서 그 결이 더 굵어진다. 온라인은 누구나 자유롭고 동등하게 그 장에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고 그 안에서 어느 지점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한계부터 질적인 한계까지, 모두 자기 의지와 힘으로 깨고 나가야 한다.



그런데 또 의지만으로 안 되는 게 온라인 공동체나 집단, 모임에서의 인간관계나 이해관계도 한몫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모든 것을 열심히 따라 갖췄다고 해도 온라인 공간에서의 주류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오프라인 세계의 사회악인 혈연, 학연, 지연이 온라인 세계의 가상 혈연으로 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이며 그 체결은 생각보다 공고하다.



결국 온라인에서의 권력자는 정보와 그 정보를 전달할 콘텐츠를 갖추고 있는 자들이면서 적정 수준의 이해관계를 획득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서서히 주류가 되며 주류가 된 후에는 좀 더 손쉽게 자기 의사를 전달하게 된다. 사람들은 그들의 말에 질문보다는 수긍을, 질타보다는 응원을 한다. 어디서든 주류란 그런 대우를 받게 되어 있다. 어느 SNS든 사람들을 모으고 나면, 혹은 사람들이 모이고 나면 다양한 방식으로 금전적 이익을 취하게 되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과 같다. 사람들은 모두가 경제적 환원에 익숙해져 있어서 권력과 경제력을 쉽게 치환한다.



나는 왜 비 오는 오늘 온라인 권력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을까. 온라인 공간에 대한 환멸. 온라인 공간의 쏠림 현상. 많은 사람들이 정성으로 쓴 글자들이 몇몇의 경제적 이익으로 치환되는 그 과정들. 각자의 글이 보호받지 못하는 허술한 장치들을 보며 허탈해졌다. 그래서 자고로 일기는 일기장에, 내 글은 내 채널에 쓰는 게 맞다. 나는 나의 말이나 글이 손쉽게 영향력을 행사하길 바라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다른 누군가의 말과 글로 마음을 나누지만 내가 그들의 논리에 쉽게 매몰되길 바라지 않는다.



글이란 그러라고 있는 게 아니다. 글은 마음과 마음을 나누고 나를 전달하고 나누라고 있는 것이다. 세계가 온라인화 되고 글쓰기도 온라인으로 옮겨졌지만 그 행위에 기대어 또 다른 권력을 양산한다면 그것은 지나치게 정치적이다.



그럴 바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나를 이롭게 하는 글쓰기. 나에게 이로운 글쓰기. 외로운 글쓰기가 차라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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