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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표 Mar 31. 2021

하루 세 번, 삼 초의 힘




육아 관련 프로그램을 보다가 솔루션으로 이런 말이 나왔다. 의식적으로 하루 세 번, 삼 초씩 눈을 마주치며 힘껏 웃어주라는 것. 들으면서 솔직히 비웃었다. 합해서 구 초인데? 그게 어렵나?



솔루션을 받은 사람은 어린아이 둘을 키우며 육아에 찌들어 있었다. 매 순간이 힘들고 지치는 그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시간을 못 낼 정도는 아니지, 목을 치켜들었다. 그러다 문득 나는 어떤가 생각해봤다. 어떨 때는 짙게 사랑하지만 또 그만큼 지독하게 모진 나에 대해서. 같은 하루가 맞나,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매 순간 양극의 감정을 널뛰는 나에 대해서 말이다.



아. 아득하다.



그런 날 것의 감정으로부터 벗어나 하루 세 번 삼 초를 아주 힘껏 웃어 보이는 것이 어쩌면 내게도 낯선 일일 수 있겠다. 내 감정과 별개로 "의식적으로" 그 행동을 하는 게 내게도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구나. 어딘가 서늘해졌다. 하루 구 초. 그치. 이게 어쩌면 어려울 수도 있는 거구나.



우리는 매일 웃다가 울고, 소리치다 궁둥이를 토닥이며 서로를 응원한다. 자는 아이의 머리를 쓸어내며 볼에 뽀뽀를 하다가 다음날 아침 혹시 아이가 짜증을 내기라도 하면 비슷한 온도로 대응한다. 모든 순간을 이토록 뜨겁게 살아가다 보면 그 하루 세 번, 삼 초의 시간이 귀하겠다. 괜히 머리를 긁적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에 가족을 적어낸 아들. 게임도 장난감도 피자도 치킨도 아닌 가족이 가장 좋다는 아들에게 하루에 세 번, 삼 초를 약속해본다. 있는 힘껏 너만 바라보며 웃어 보일게.




우리는 아마 오늘도 자라고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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