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퇴사, 그리고 이커머스의 짠맛
#커머스가이 의 탄생 "조직 부적응자의 직장생활 이야기"
부제: 11번의 사표와 10개의 사원증 그리고 사업자번호
ep.8 퇴사, 그리고 이커머스의 짠맛
안녕하세요 커머스가이 입니다.
요즘 머 하는 것도 없이 일주일이 휙휙 가네요.
그래도 요즘 미세먼지가 잠복기라서 다닐만합니다.
구름이 그렇게 이쁜 지도 이번에 알았네요!
여하튼! 이제 길었던 L마트를 마무리하고 이커머스로 한번 가볼까 합니다.
L마트 입사 6년 차도 마무리되어가는 시기!
지금은 바뀌었다고 하던데 6년 차가 어쨌든 호칭상 과장(책임)이던 시기여서 과장 1년 차.
입사 동기 108명 중 누락 없는 과장 진급자 10명.
L마트에 큰 성과를 낸 혁신팀 팀원에서 데일리 CMD로 발탁.
"나 없이면 이 회사 어쩌지?" 하던 직장인 모두에게 오던 내가 없으면 안 돌아가! 하는 시기가 옴.
거기에 더해서 혁신팀에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 나니!
이거 머 마트에서 더 익힐 것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던 찰나~
나의 입사 동기이자, 혁신팀에도 같이 있었던 아헤의 연락!
우리 사람 뽑는데 와볼래? 오픈마켓으로 이직해서 다니고 있었는데 괜찮다고 함 와보는 거 어떠냐는 연락이 옴.
건방짐 만렙 + 이직 제안 + 온라인에 대한 궁금증 = 실행.
그렇게 벙가 면접을 진행. 1차 면접으로 거기 팀장, 그룹장 면접을 진행.
한 시간 정도 열심히 떠들 떠들 하고 합격.
2차 면접 시 인사담당 임원 면접. 머 그냥 그냥 합격.
2차 면접 때 약간의 에피소드가 있는데!
L사의 급여가 짜다는 것에 대한 오해(계열사마다 다르지만 유통 계열사는 짜다고 하기엔 애매함)와 관련된 약간의 이슈가 발생함.
TMI: 회사 규모와 별개로 업태별로 급여 차이가 나니까 그런 걸 감안해서 비교해 줘야 함.
벙가 입사 지원서에는 현재 급여 수준을 순수 연봉으로만(상여 제외) 쓰라고 되어 있어서 그에 맞춰서 작성.
2차 면접 시
벙가임원: 네 머 저희 쪽에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나: 잘해보겠습니다.
벙가임원: 급여 관련해서도 제가 일차로 논의를 진행하는데 제출하신 서류에 잘 못 적으신 거 같아서요.
나: 네? 요구하는 대로 그대로 썼는데 머 잘못되었나요?
벙가임원: 네. 보너스나 성과급을 제외한 순수 연봉만 쓰라고 되어 있는데 상여를 같이 쓰신 게 아닌가 해서요.
나: 아닙니다. 순수 연봉만 썼고, 연말에 나오는 성과급은 제외한 겁니다. 보통 000 정도 나옵니다.
벙가임원: 네?!?!?!?!?!?!! L마트 연봉이 이렇게 높다고요?
나: (이거 머 연봉 후려칠라고 이렇게 까지 하는 건가?) 아니 L사 과장이 그 정도도 안 받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
여하튼 그렇게 그렇게 해서 면접이 끝나고 합격. 연봉 협상 가볍게 처리하고(머 비슷한 수준으로 이동했으니까)
이제 퇴사 프로세스를 밟아야 하는!
이 글 연재 첫회에 썼던 다양한 퇴사야 모두 신입 사원 그것도 얼마 다니지 않은 상태에서 그만둔 거고, 여기는 만 6년을 다니고 진급한 첫해, CMD 이동 2달 여 남짓 만에 그만두는 거라서 조금은 차이가 있었음.
이미 퇴사하기로 확정한 상태라 일단 어금니 꽉 물고 우선 팀장에게 통보.
나: 팀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팀장: 어 무슨 일인데?
나: 잠시 자리를 옮겨서...
팀장: 응? 그래 가자.
(그 당시 메인 사무실 맞은편 공간이 잠시 비어있는 상태)
나: 머 여러 이유로 퇴사하고 이직을 하려고 합니다.
팀장: 응??? 갑자기? 지금 이제 자리 MD 업무 익혀서 하는 건데 갑자기 왜!
나: 스트레스도 좀 있고, 온라인 쪽이 궁금하기도 하고. 몸도 좀 안 좋고 해서요.
(당시에 실제로 몸이 안 좋아서 일주일 정도 쉬었었음)
팀장: 음... 쉬었다 왔는데도 아직 많이 안 좋나? 그래도 이직 쉽게 하고 그럴 건 아닌데...
나: 생각을 그래도 좀 하고 말씀드리는 거긴 한데... 이직을 좀 하려고 합니다.
팀장: 머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어떻게 막을 수는 없는 거긴 하니까... 일단 알았다.
퇴사 서류 쓰고 사인(결재)을 직접 받아야 하니, 사인받으면서 부문장님과 면담.
부문장: 왜? 머? 왜 그만두는데?
나: 이직을 좀 하려고 합니다.
부문장: 잘 다니다가 갑자기 왜?
나: 다른데도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요.
부문장: 머 다 똑같지 회사가 어디 가나 옮겨도 똑같지. 그냥 여 있어
나: 이미 옮기기로 다 이야기가 되어서요.
부문장: 여기도 다니다가 그만둔다고 하는데, 거기도 못 간다 하면 되지
나: 다른 곳 한번 가서 일해 보고 싶습니다.
부문장: 지금 하는 일이 싫으면 다른 부서로 이동해 달라고 해. 이 회사에 네가 간다면 다들 환영하고 받아줄 거잖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나: 충분히 생각해 봤는데 옮겨보려고 합니다.
부문장: 일단 알았어. 머 본인이 그러겠다는데 내가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일단 두고가 이따 싸인해서 주께.
나: 네 알겠습니다.
보통, 정상적인 회사라면 퇴사하겠다고 하면 인사팀 면담을 합니다.
만약 퇴사하겠다고 했고, 그 회사에 인사팀이란 것이 존재하는데 머 아무 말도 없다?!
그럼 그 회사 그만둔 게 잘한 겁니다.
인사과장: 그만두실라고요?
나: 네 머 이직하려고 합니다.
인사과장: 다시 생각해 보시죠.
나: 머 다 얘기했고 소문도 다나고 했는데 멀 다시 다니겠습니까.
인사과장: 아니 이제 본격적으로 일해주셔야 할 타이밍이 그만두신다고 하면 어쩌나요?
나: 제가 머 대단한 것도 아니고 그냥 다른데 한번 가보려고요.
인사과장: 아니 박 과장님 한테 회사에서 들어간 돈이 있는데요... 이대로 그만두시면 여럿 곤란합니다.
나: 아 그 부분은 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게 또 제가 옮겨 보려고 하는 생각이 확고해서요.
인사과장: 그러지 마시고 그냥 다른 부서 아무 데나 하나 말씀하시면 거기로 발령을 낼게요. 머 박 과장님 발령 내 달라는 데는 많았으니까 그리고 어디든 싫다고 하는 일을 없을 테니 그냥 그렇게 하시죠.
나: 앗! 그렇게 까지... 그래도 머 이미 그만두기로 한 거 그만둬야죠.
인사과장: 에이 사 표 내고 안 나오다가 수리되기 전에 다시 온 사람들도 있는데 괜찮아요. 그냥 못 이기는 척 다니면 되죠.
나: 말씀은 고맙지만... 이미 가기로 다 얘기돼서 그냥 가보려고 합니다.
인사과장: 그럼 아예 휴직을 좀 하시거나 하시는 건 어때요?
나: 그 부분도 생각을 안 한 건 아닌데 그냥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인사과장: 어쨌든 한번 더 생각해 주세요. 어느 부서가 좋을지도 생각해서 바로 말씀 주시고요.
나: 아 네 일단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습니다.
본부장: 너 000 간다메?
나: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본부장: 야 여기도 온라인 있는데 여기서 온라인 하면 되지 멀 밖에를 나가.
나: 머 바깥세상도 좀 보고 하려구요.
본부장: 너 온라인 본부장님이랑 친하잖아 그냥 거기로 가. 여기서 해 여기서 머 다르면 얼마나 다르다고. 여기야 다 니 편 들어주고 챙겨주고 하는데 밖에 나가면 그런 거 없다.
나: 네 잘 알죠. 그래도 이미 그만둔다고 다 얘기했는데요 멀 번복하고 하겠습니까.
본부장: 왜 머 쪽팔려서 그래? 아이고~~~ 다들 입만 열면 그만둔다고 하는데 멀 그런 걸로 그래. 아무도 신경 안 써. 그냥 여기 있는 걸로 알 테니까 그냥 다녀
나: 아니 그게 그만둘 겁니다.
본부장: 그래 알았으니까 여기 있는 걸로 잘 생각해봐. 가봐가봐
사내에서는 속칭 베프라고 하며 실제 가장 친밀한 관계의 임원.
본부장: 박성의 씨. 이직한다고 들었는데.
나: 네 본부장님 그렇게 할라구요.
본부장: 그래서 정확히 어디로 가는 거야?
나: 네 000 로 갑니다.
본부장: 그래 머 나야 나랑 같이 일하면 좋은 데 간다고 하니 말리긴 그렇고. 나도 머 회사 여러 번 옮겼지만 이직할 때 제일 중요한 게 먼지 알아요?
나: 뭡니까?
본부장: 절대 연봉을 낮춰서 이직하면 안 됩니다. 이게 한번 낮추면 회복하는데 너무 오래 걸려. 정말 좋은 자리라고 하더라도 처우가 안 맞으면 가면 안돼요. 그거 하나면 맞으면 머 어디를 가든 머 잘하면 되니까.
나: 네 잘 알겠습니다.
본부장: 혹시라도 마음 바뀌어서 다시 다닐 거면 나랑 같이 일하고. 아무튼 그간 고생 많았어요.
나: 그저 죄송합니다.
본부장: 그런 게 어딨나 다 각자 판단해서 하는 거지.
본부장: 회사를 그만둔다구요?
나: 네 그렇습니다.
본부장: 음... 자꾸 핵심인재들이 회사를 떠나네요.
나: ......
본부장: 질문 하나만 할게요. 핵심인재들이 자꾸 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가 멀까요?
나: 그건 제가 핵심인재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본부장: !!! 아 네 그래요...
나: 챙겨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본부장: 그래 가서도 잘할 거예요.
나: 네 고맙습니다.
최종 결정 후에도 인사팀에서는 부서 이동을 권했고, 그 업무는 당시 인사팀에 있던 나의 입사 동기가 진행하고 있었다.
인사팀동기: 형 어떻게 할 거야 이제 발령지 최종본 쓰고 있어. 갈 부서 정했어 아님 그냥 그만둘 거야?
나: 머 그만둬야지 멀 부서 이동을 하겠어.
인사팀동기: 진짜 마지막이야 나 이제 엔터 치면 발령지 뜨는 거야. 못 바꿔
나: 그래 언능 눌러라 다 알리고 후딱 나가게.
인사팀동기: 그래 알았따.
나: 오케이
발령지는 떴고, 내 자리에 또 다른 이름이 즉 L마트 데일리 CMD가 있는데 또 그 자리에 발령이.
바로 다들 내가 알게 되었고 머 이런저런 요런 이야기들이 왔다 갔다.
최종 퇴사일은 2011년 12월 23일 금요일!
그렇게 금요일 퇴사하고 토, 일 이틀 쉬고 월요일에 바로 입사!
TMI: 사실 보통 1월에 성과급이 나와서 일부 인수인계를 위한 근무기간, 연차 소진 등등을 조절하면 성과급을 받을 때까지 다닐 수도 있었으나, 기왕 그만두기로 한 거 그냥 즉시 퇴사. 이 글을 보는 분들은 그러지 마시고 퇴사 일정 잘 조정하세요...
L마트 퇴사 후 영업일 기준으로는 바로, 실제로는 토/일 이틀 쉬고 출근.
벙가는 그래도 11년도에 들어가 줘야 할 것 같아서.
그리고 악착같이 12월에라도 들어가 줘야 해가 바뀌면 2년 차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됩니다 후후후
이직 전에는 막연히 이커머스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무한한 인터넷 공간에서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실제 이커머스판으로 가보니... 나를 포함한 수많은 체리피커가 존재하고, 언제든 올 수 있으니까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곳이었음.
할인점은 어쨌든 매장에 오면 딱 하나 사서 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필요한 것만 사려고(놓치지 않으려고) 메모를 해왔어도 막상 행사상품을 보고, 시식/시연 행사를 보면 추가로 사는 경우가 많은데 이커머스는 내가 매장을 직접 방문하는 수고가 거의 없기 때문에 딱 필요한 놈 아니면 잘 안 사게 됨.
그나마 메인 배너나 메인 행사에 걸려 있는 상품은 충동구매를 하지만, 일반 리스팅에 들어 있는 상품은 검색하지 않는 한 보이지 않음. 검색하게 되면 나름의 리스팅 로직에 따라 상위 노출이 정해 지기 때문에 몇몇 상품만 노출됨.
거기에 더해서 많은 트래픽을 네이버에 의존하고 있다 보니, 네이버의 존재가 아주 신경 쓰임. 이커머스는 리테일에 비해서 노나는 세상인 줄 알았더니 오히려 노출 공간이 적고, 고객 잡아두기도 어렵고(리테일은 그나마 상권이란 것이 존재하니까), 네이버라는 세상 지배자도 신경 써야 하는 곳이었다!
이제 이커머스 한번 써볼깝쇼! ㅎㅎ
오늘도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커머스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