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살구나무

석어당

by 혼자놀기

일 년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덕수궁의 한 장면이다. 석어당 앞 큰 살구나무가 꽃이 피었다. 꽃이 필 때보다 바람에 꽃 잎이 떨어져 날릴 때가 더 아름답다.

선배들이 지어준 내 호가 杏潭이다. 살구나무 연못이란 뜻이다. 杏이란 글자는 중국의 고사에서 유래한 의료를 상징하는 글자이기도 하다. 의원을 杏林이라고도 부르는 이유이다. 어제 덕수궁을 갔는데 외국인 관광객에게 가이드가 설명을 하고 있다. 저 꽃이 Apricot인데 여기 서 있는 이유는 그 꽃이 조선왕조의 문장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살구나무만 맞고 다 틀린 말이다.

오얏꽃(Plum, 자두나무꽃)이 조선왕조의 상징이 아니라 대한제국의 문장이다.

그럼 왜 여기에 자두가 아니라 이 나무를 심었을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자두의 열매 오얏은 전주 이 씨의 상징이고, 대한제국의 문장이다. 살구는 ㅎ 내 호일뿐...

조선과 대한제국이 뭐가 다르냐, 이름만 슬쩍 바꾼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많은 것이 다르다. 왜 학창 시절 이런 점을 배우지 못했을까? 안 가르쳐 준 것이다. 우리의 교육이 일제강점기에 배운 지식을 답습하다 보니 생긴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왜곡이 지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우리의 교육은 선생이 아는 것, 가르치고 싶은 것을 가르치는 것이지 학생이 필요하고 알기 원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의과대학 급격한 증원 문제도 이와 관련이 있다. 직접 가르칠 교수들도 못한다는 것을 정부와 정치는 가능하다고 한다. 우격다짐으로 짐짝처럼 교실에 처박아놓고 가르치면 가르치는 것이지 그게 왜 안되느냐는 이야기인데 가르치는 것은 될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학생의 입장에서는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수업을 거부하는 것이라 믿는다. 멀쩡하게 목표에 맞게 시대의 요구에 맞춰가던 의대 교육을 찢고 밟고 깨 박아놓은 것도 선배 의사들이다 보니 할 말이 없고 그저 미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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