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가 아침에 자기가 만든 영상을 보여주겠단다. 15편을 만들어서 나중에 한꺼번에 편집해서 영화로 만들 예정이라면서 현재까지 에피소드 4-1까지 만들었단다. 4-1은 뭐냐니까 스토리가 길어져서 한 번에 만들기에는 시간이 없어 작게 몇 토막으로 만들려고 한단다. 영화 제목은 뭐로 정했냐고 물으니 '나의 유니버스'라고 한다.
이거 초등 5학년 짜리와 나누는 대화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영상을 보여주는데 자막도 넣고, 자기 음성도 변형해서 넣어 상황 설명도 한다. 더 어릴 때는 우주 전쟁 만화를 끊임없이 그리더니 이제는 자기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 참 내가 저만한 시절에는 동네 친구들과 딱지치기 줄넘기 말타기 비석치기 구슬치기 다방구나 하고 있었는데, 이 아이들이 얼마나 발전을 할 것인지 모르겠다.
요즘은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부모에게 물어보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깨우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침 방송에서 요즘은 AI에게 묻는다고 한다.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는 최신의 방식이긴 한데 그 참... 이제 교육 방식이 통째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세상은 '자기주도학습'으로 나가는데 우리의 대학들은 아직도 대단위 강의실에서 칠판에 쓰고 종이에 써서 리포트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자기주도학습. self directed learning이라 용어가 쓰인 지는 오래되었는데, 이 시대의 부모와 선생의 역할은 무엇일까 곰곰이 재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도대체 AI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가 궁금하다. 지난달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더니 요즘 작곡을 열심히 하고 있단다. 대단하다고 했더니 가사만 넣어주고 대충 느낌도 적어 넣으면 AI 알아서 작곡하고 연주하는데, 그것을 가지고 조금씩 다듬어 가면서 놀고 있다고 했다. 그거 그러다가 히트하면 저작권료도 들어오냐니까 그런 바람을 가지고 유튜브에 올리는데 그게 자기가 살아있는 동안에 가능하겠냐고 한다. 혹시 히트곡이 나오면 아들이나 손자가 용돈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훌륭한 조상이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묻지 않고, 선생에게도 묻지 않고 인공지능과 대화를 한다면, 부모와 선생의 역할은 무엇일까? 아직은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영역인 인간적 교감, 따뜻한 손길, 사랑의 감정, 바라보는 그윽한 눈길.. 이런 것들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