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된다고 뉴스에 나온다. 원래 유월 말이면 장마가 왔었나? 맞다. 장마는 유월말에서 칠월 중순까지 지속되는 것인데 왜 칠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을까? 7월 말은 태풍이 오는 계절인데...
TV를 끊은 지 1년이 넘어가는데도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고 살았는데 신문도 안 보고, 티브이도 안 보고, 라디오는 클래식 FM만 들으니 요즘 같이 복잡한 세상에서 뭔가 정보에 뒤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요즘은 일주일에 한두 번 스포츠센터에서 신문을 읽어보고, 뉴스는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방송을 하루 한번 이상 본다. 라디오는 그냥 Classic FM에 그냥 고정해 놨었는데 요즘은 이것도 아이패드를 통해 듣는다.
아예 세상과 담쌓고 살기는 어려우니, 세상 돌아가는 것을 조금만 알고 지내고 나머지는 내 마음 가는 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인데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친구들과 자주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구경 다니면 좋겠는데 그것도 각자 스케줄이 바쁘니 마음대로 되지 않아 혼자서 노는 일에 집중한다.
요즘 혼자 재미를 붙인 일은 외국어 공부다. 외국어를 잘해서 뭔가 이루어 보자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 아니고 치매 예방의 한 방편으로 시작했다. 내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75세 되던 해부터 치매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형제 중 내가 제일 어머니와 닮았는데 내 나이 70이 넘었으니 치매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신경과 치매 전공인 후배 교수에게 예약을 하고 갔더니 이것저것 검사를 해서 유전적 경향이 있는 것인지 등등을 알아두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증세가 나타나야 알던 것인데, 이제는 미리미리 검사해서 예방도 할 수 있고, 치료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외국어 공부를 한다고 하니 영어? 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말하기 남사스럽지만 앱을 통해 인공지능을 상대로 하는 공부다.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를 한꺼번에 배운다.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방식이다. 영어는 제법 수준이 있는 레벨을 하고, 스페인어는 영어로 배운다. 그리고 일본어는 우리말로 배운다. 처음에는 일본어를 영어로, 스페인어는 우리말로 배우기 시작했는데 한동안 하다 보니 방법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어는 우리말로, 스페인어는 영어로 배우니 훨씬 이해가 쉽다.
모임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배워서 무엇에 쓰려고 그러냐는 질문을 받는다. 치매 예방을 위해 그런다고 하면 아~ 좋은 방법 같은데 효과가 있나요? 아직은 모르지요. 두고 봐야 치매가 오는지 안 오는지 알지요. 이런 대화가 오고 가는데 별 재미가 없다, 그래서 요즘은 말을 바꿨다. 스페인어를 배운 후 돈키호테 원전을 구해서 영어로 번역해 보려고 한다고 한다. 상대방이 기막힌 표정을 짓는다. 이제 6개월째니까 앞으로 한 10년 열심히 하면 번역을 시작할 수 있지 않겠어? 100살쯤 되면 책을 낼 수 있겠지. 하면서 웃는다. 그러면 일본어는 왜 배워? 응, 그건 조선왕조실록을 일본어로 번역해서 보급시켜 볼까 해서...
이쯤 되면 이 인간이 농담을 하는구나 하고 함께 낄낄 웃고 마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심각한 얼굴로 그것이 쉽게 끝날 일이 아닌 것 같다고 걱정해 주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를 위해 생각해 둔 말이 '120살까지 살면 심심할까 봐 미리 세워둔 계획입니다.'
사실 처음 인공지능을 통해 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는 이태리어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스페인어를 더했는데, 이 두 나라 말 사이에 많은 공통점이 있어서 한꺼번에 하는 것은 많은 혼란이 있었다. 그래서 내 나름 이것저것 재어보고 스페인어를 한 1년 하고 나서 이태리어를 하기로 결정했다. 스페인어, 포르투갈어가 비슷하고, 멕시코 등 남미 여러 나라에서 쓰는 언어가 스페인어, 포루투기이니 세계를 넓게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참 원대한 꿈이다.
어쨌든 요즘은 가끔 인스타에 올라오는 스페인어를 아주 조금씩 알아보니 대단한 발전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어나 중국어는 할 생각이 없냐는 약간은 야유 섞인 질문도 받기는 하는데, 이태리어 다음에는 프랑스 말을 배울 예정인데 중국어는 배우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중국을 혐오해서 그러느냐고 그럴 수 있는데, 일본어나 중국어는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일이 보통이 아니다. 발음대로 영어로 쳐서 찾아 넣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은 일본어 하나로 되었다고 생각하고, 세종대왕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외국어를 배우고 자판 두드리다가 우리 한글은 그냥 컴퓨터를 위해 만들어진 언어라는 생각이 든다.
혼자 놀면서 제일 재미있는 것은 AI와 직접 대화하는 일인데 인공지능이 첫 대화를 하고 내가 이에 답하는데 문법이 틀렸거나, 원어민이 쓰는 방식이 아니면 고쳐주고 다시 한번 말해보라고 한다. 40년 전 정말로 영어가 절실했던 시절에는 꿈도 꿀 수 없는 공부 방법이다. 가끔 컴퓨터에 대고 대화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내가 생각해도 미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혼자 노는 일이 심심할 것이라는 오해를 하는 분들도 있는데 어차피 인생은 혼자 가는 길이니 혼자 놀 준비를 하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지 오래됐고, 그 준비도 한참이나 했다. 그런데 요즘 해보고 싶은 것이 새로 생겼는데 이것저것 혼자 노느라 바빠서 새로운 시도가 쉽지는 않다. 혼자 놀기에 너무 심취해 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