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by 혼자놀기

칠월의 첫날이다. 아침부터 비가 올 듯 구름이 가득하다. 일기예보를 찾아보니 오후 두 시경 소나기가 온다고 나온다. 작은 우산 하나와 엷은 바람막이 하나도 배낭에 챙겨 넣고 나서는데, 우산을 쓰기에는 애매한 정도의 비가 내린다. 배낭에서 우산을 꺼내기도 귀찮아서 그냥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데 우산을 쓴 사람이 하나도 없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 비릿한 빗물 냄새가 섞여 있는 것으로 봐서는 비가 꽤 올 것 같다. 지하철을 타면 빠르지만, 후덥지근한 공기를 얼른 피하기 위해 버스를 탔다. 냉방을 얼마나 세게 틀었는지 버스 안이 춥다. 바람구멍을 돌려 막았는데도 버스 안이 춥다. 배낭을 풀어 바람막이를 꺼내 입으니 좀 낫다.

버스가 뱅뱅사거리를 지난다. 왜 이 거리가 뱅뱅사거리인지를 요즘 젊은이들은 모를 것이다. 옛날에는 이 사거리에 서있는 건물이 우리나라 청바지를 처음 만든 뱅뱅어패럴 건물이 이었는데, 지금은 그 자리에 현대자동차 매장이 있고 뱅뱅은 그 옆건 물어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도로 이름까지 있는데도 뱅뱅은 예전처럼 활기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헬스클럽에 들러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니 한결 몸이 가뿐하다. 휴게실로 가서 견과류로 가벼운 점심을 하고 주민센터 도서실에서 빌린 '유럽의 역사'를 읽는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유럽 각 나라들의 이합집산을 주마간산으로 기술했는데 유럽 전체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기는 좋은 책인데, 책을 보니 잠이 쏟아진다. 졸려울 때는 자는 것이 정답이다. 잠시 눈을 붙였다 뜬 것 같은데 오후 세시가 넘었다. 밖을 보니 소나기는커녕 해가 쨍하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와 며칠 전 선물 받은 와인을 따서 저녁을 먹었다. 와인 탓에 또 졸음이 온다. 잠시 눈을 붙였는데 너무 덥고 답답해서 잠이 깼다. 베개가 축축하다. 거실에 나와 에어컨을 켜니 실내 온도가 28도다. 밤 열한 시에 28도? 한여름 무더위가 일찍 온 모양이다. 유튜브 실시간 뉴스를 보니, 오늘 강릉의 낮기온이 36.7도였다고 나온다. LA도 로마도 40도가 넘는다는데 28도면 그나마 우리 처지가 낫다.


이 추운 겨울이 언제 지나가나 하던 것이 얼마 안 되었는데, 벌써 더운 여름 탓하며 가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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