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몹시 덥다. 당뇨관리받느라 오전 중에 병원에 갔는데 '어린 왕자 컬렉터' 김교수가 전화를 했다. 오늘 점심 함께하자고 한다. 진료 일찍 끝내면 점심이 가능할 것 같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로비에서 열두 시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진료 끝나고 약 탄 후 서둘러 가니 10분 전에 도착했다. 김교수도 땀을 흘리며 막 들어오고 있다. 잠시 시원한 로비에 앉아 땀을 식히고 나서, 밖에 나가 점심을 먹은 후 상설전과 론뮤익전시를 보기로 했다.
점심은 국제화랑 레스토랑에서 하기로 하고 나가면서 보니, 학고재는 전시 준비로 휴관이고, 국제화랑에서는 두 개의 전시가 있다. 일단 밥부터 먹고 전시를 보기로 했다. 식사 후 커피 한 잔 하며 잡담을 하다 보니 어느새 두시다.
고등어란 이름이 작가가 연필로 그려낸 작품이 인상 깊기는 한데, 저게 팔릴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안으로 들어서니 200호는 되어 보이는 큰 캔버스에 집먼지 진드기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작가는 저 생명체가 현미경으로 관찰해야만 보인다는 사실을 알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저걸 그렸을까? 작가가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기가 있나? 그런데 정상인에서도 피부검사하면 70%쯤은 양성이 나오는데.. 아마 천식이나 심한 비염이 있는 환자인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건너편 벽에는 잇몸과 커다란 이가 그려져 있다. 크기는 역시 200호 정도는 되겠다.
여섯 명의 신진 작가의 전시를 보며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뭘까 생각해 보는데 영 감이 안 온다. 현대미술은 모르겠다. 팸플릿을 읽어보니 더 모르겠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작가명, 작품명이 어떤 작품에도 없다. 이것도 요즘 추세인가? 개인전도 아니고 그룹전인데도 그렇다.
한옥관에 들어가 봐도 애매한 전시물들이 있는데 contemporary art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기울여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술이 시대를 표현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나는 아직 인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20세기 초에 머물고 있는 인간이란 생각이 든다.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갔다. 이번이 두 번째 같은 전시를 구경하는 것인데, 한국 미술 상설전에 나온 김종학의 초기 작품은 지금과는 너무 달라 당황스럽다. 유영국의 초기 작품도 산은 산이지만 많이 다르다. 작가 관점의 변화를 볼 수 있다.
론뮤익전은 이제 끝날 날이 얼마 안 남아서인지 평일임에도 사람이 엄청 많다. 이렇게 줄 서서 들어갔다가 밀려 나오는 전시는 참 싫은데 사람이 많이 드는 것을 내가 어쩌겠다.
김교수와 인사를 나누며 다음번에는 리움전시에서 다시 보자고 약속했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아트스페이스 엑스에서 새로운 전시가 시작된 것이 생각났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김명남 작가의 전시다. 언젠가 이 작가의 전시를 한번 본 적이 있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흰 종이 위에 송곳으로 상처를 내거나 실로 꿴 작품이다. 점자책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굉장히 인상적이기는 한데 가격이 세다. 그리고 내 생활 주변에 걸기는 적당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저런 작업을 평생 쪼그려 뜨리고 하고 있는 작가의 건강은 어떨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