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그리고 저작권 수익

by 혼자놀기

얼마 전에 모차르트를 엄청 사랑하는 지인이 질문을 한다. 만약 모차르트 시대에 요즘처럼 저작권이 있었다면 모차르트가 가난 속에서 죽었을까요? 모차르트가 1791년 겨울에 사망했으니까 그 시대에 그런 개념이 있기는 어려웠을 것 같고, 내기 당구 좋아하고 무계획하게 돈을 쓰고, 빌리고 했던 성향으로 보아서 저작권료가 있었다 해도 별 다를 것이 없지 않겠는가 하는 말을 해서 모차르트를 사랑하는 모임의 사람들에게서 비난을 받았던 일이 있다. 도대체 모차르트를 뭘로 보고 그 따위 불경스러운 말을 하냐고 한다.

"천재 작곡가요!"

음악 천재가 이재에도 밝기를 바랄 수는 없지 않겠나?


그러다가 그 시대에 저작권 같은 것이 없었다면, 다른 사람의 작품을 표절해도 적절한 제재 수단이 없지 않았을까? 그러면 요즘에 연주되는 많은 곡 중에는 남의 것을 표절한 곡이 많이 있지 않을까 하는 지극히 저급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시대에는 방송매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 나라에서 하고 있는 것을 슬쩍 베꼈다 해도 다른 나라에서 알기 힘들지 않았을까? 국경까지 갈 필요도 없겠다. 도시 경계만 넘어도 알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궁금한 것은 찾아봐야 하니까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더니 아주 쉽게 자료가 나타났다.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이철남교수가 쓴 글이 첫 번째로 나타났다 PDF 파일로 되어있어 클릭하니 바로 다운로드가 된다. 이거 저작권 법에 걸리는 행위는 아닌가 하는 걱정이 생기기는 한다.

저작권 문화라는 웹진에서 제공해 주고 지난 호 보기까지 나오는 것으로 봐서는 내가 이 글 인용했다고 고발당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나의 예상과는 달리 지금으로부터 약 200여 년 전에 저작권 위반을 했다고 고소하여 승소한 작곡가가 있다.


누굴까? 바흐입니다. 요한 세바스티안 바하(JS Bach)는 아니고 그의 아들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JC Bach)의 이야기이다.


그의 아버지 JS Bach는 평생 궁정과 교회에 소속된 장인이어서 고용주인 교회와 군주를 위해 칸타타와 기악곡을 작곡하였는데 그 소유권은 당연히 그가 봉직하던 교회와 궁정에 있었고, 그 당시는 저작권이란 개념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런던의 바흐'라고 불렸던 그의 아들 JC Bach의 시대는 달랐다. 이 시대, 18세기 런던은 산업혁명으로 성장한 신흥 부르주아들이 새로운 문화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새로운 물결이 넘치는 역동적인 산업 도시 런던에서는 특정 후원자에게 얽매일 필요가 없이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악보를 출판하고 연주회를 열어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1774년 모차르트가 죽기 거의 20년 전, 이미 영국에는 저작권 개념이 존재해서 아들 바흐는 자신의 악보를 무단 복제한 출판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승소하여 작곡자가 자신의 작품에 대한 출판권을 가진다는 중요한 법적 선례를 남겼다. 아버지는 후원제도 시대를 살았고, 아들은 새로운 제도의 여명기에 자신의 권리를 법정에서 쟁취한 선구자였다.


그런데 모차르트가 살던 빈은 아직 그런 선구적 물결이 들어오지 못한 도시였다. 독일 오스트리아에서는 그때도 저작권을 주장한 작곡가들이 있었으나 국경을 넘어서는 인정받기가 요원한 시대였다. 그런데 그 시대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나라가 사분오열 복잡하게 갈라져 있어서 한 도시 내의 권리를 다른 곳에서 인정받는 일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 후 100년이 지나야 이 개념이 정착하고 그리하여 요즘 BTS만큼은 못하겠지만 자신의 오페라 저작권을 체계적으로 관리한 베르디는 큰돈을 벌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것도 도시 국가의 집합체인 이탈리아 땅에서 그랬다는 말이다.


나도 저작권 협회에 등록된 통장이 있다. 아버지 작품에 대한 저작료가 들어오는 통장이다. 돌아가신 지 30년 되었으니 아직 20년은 더 들어올 것이다. 작년에 그동안 이를 관리하던 동생이 형님이 관리하라고 넘겨주었다. 그러면서 깜짝 놀랄 만큼의 돈이 들어온다고 했다. 지난달에 이를 관리 대행해 주는 곳에서 연락이 왔다. 아직 한 푼도 없다고… 그래도 관리 대행 비용은 받지 않은 모양이다. 아마도 돈이 들어오면 그중 일부를 떼어갈 것 같다. 아버지 소설이 수능 문제에 한번 나와야 나도 수익이 생길 텐데, 그런 날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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