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

by 혼자놀기

월요일 아침이다. 은퇴한 백수인 나에게 요일은 별 의미가 없지만 일하러, 공부하러 나가는 애들은 힘든 일주일의 시작이다

현관을 열고 나서니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기온을 보니 영상 20도, 허~ 가을이 오기는 오는 모양인데, 낮 최고는 31도이다.

일교차가 심하니 감기 조심해야겠다. 다시 집에 들어가 얊은 점퍼 하나를 배낭에 챙겨 넣었다.

어제저녁 너무 일찍 잠에 들었다가 일어나니 열두 시, 두 시까지 깨어서 이것저것 하다가 다시 잠이 들었더니 여섯 시에 일어났다.

아침 루틴이 깨어졌다. 통밀빵 하나 데워서 우유와 마시고는 후다닥 버스를 타고 손자 등교 챙기러 딸네 집에 왔다.

고양이가 거실에 토해 놓았다. 털을 토한 게 아니고 먹은 것을 토해 놓았다. 고양이도 나이가 드니 여기저기 자주 아픈 모양이다. 길고양이 수명은 기껏 3년이라던데, 얘는 벌써 16년째라 하니, 인간으로 따지면 백수를 넘긴 것인가?

손자 학교 보내고 고속도로 옆으로 난 산책길을 따라 양재역까지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을 들으며 걸어가는데, 길 옆에 지난봄에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열심히 조성된 꽃 밭에 갖가지 꽃이 피어있다. 주로 맥문동 보라꽃인데 사이사이 꽃무릇도 보이고 노란색 상사화도 피어있다. 지난번에 헷갈렸던 목수국과 수국이 한 군데 있어서 쉽게 구별이 된다. 새로 조성한 꽃밭에는 이름표도 붙어 있는데, 웬 이름이 이리 복잡한지...

양재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안국역에서 내려 오늘은 국현에서 하고 있는 김창렬 전시 보고, 걷기도 좀 하다가 집에 올 계획을 세웠다. 안국역에서 송현을 지나 국현으로 가는 길이 꽃으로 덮여 아름답다. 백일홍 천지다.

김창렬 전시는 6, 7, 8 세 개 전시장에서 한다. 활동 초기에서 시작하여 물방울로 발전한 중, 후기의 작품과 살아온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 물방울 작품은 사실 우리 눈의 착시 현상인데, 너무 많은 작품을 계속 보다 보니, 착시 현상이 사라졌다. 그냥 평면에 그려진 동그라미, 옴폭 파인 자국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나만 이런 것인지 모두들 기념사진 찍고 감동이라고 하는데, 아~ 괜히 찾아왔다는 생각조차 든다. 한국현대미술하이라이트에 걸린 작품 한 개만 봤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괴유불급(過猶不及) 이 말이 떠올랐다. 전시장을 다 돌아 나올 때까지 물방울이 사라져서 돌아오지 않아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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