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생각을 했지?

by 혼자놀기

오늘이 추분이다. 이제 밤이 조금씩 길어진다. 날도 조금씩 차가워질 것이다. 땀도 덜 날 테니 열심히 걸어야 할 시기가 왔다. 아침 산책길에 보니 유난히 뛰는 사람 수가 늘어난 것 같은 느낌이다.

길을 걷다가 작은 풀밭 앞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 갑자기 만약 세상에 무슨 일이 생겨 내가 손톱만큼 작아진다면 저 풀 숲이 어떻게 보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을 들이밀고 볼 수는 없어서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해 보면 그 느낌을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찍고 있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시험 삼아 한번 찍어 보았다. 첫 시도는 이상하게 찍혔다. 카메라를 거꾸로 들고 줌 업해서 걸어가면서 찍어보니 너무 거리를 가까이 잡고, 속도가 빨라 화면이 마구 흘러간다. 줌을 낮추고 걷는 속도를 천천히 해도 쉽지 않다. 제자리에 서서 천천히 카메라를 움직이며 찍으니 좀 괜찮아졌다. 이렇게 몇 차례 더 해보고 확인하고 있는데, 네댓 살쯤으로 보이는 남자애가 엄마 손을 잡고 다가오더니....

할아버지 뭐 하세요?

응? 동영상 찍고 있지.

그걸 왜 찍으세요? 아이 엄마가 묻는다.

세상이 갑자기 바뀌어서 내가 손톱만 해지면 저 풀밭이 어떻게 보일지 궁금해서요.

엄마가 애를 쓱 안더니 아무 말 없이 뒤로 물러선다.

보여드릴까요?

아니, 아니요. 됐습니다.

기겁을 하고 뒤로 빠져 사라졌다.

음 내가 생각해 봐도 이상한 생각에 이상한 행동을 한 것이다.

그런데 개미나 벌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장비를 제대로 갖추어서 땅바닥에바짝 엎어져서 보이는 세상을 찍어봐야겠다는 희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혹 이거 치매 증상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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