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솔직히 새벽. 네시 반쯤 일어나서 요즘 치매 예방을 위해 온라인으로 스페인어를 영어로 배우고 있는데 같은 계통언어 이어서 인지 재미있다.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기억이 나면 나고, 아니면 말고 라는 생각으로 하는데도 요즘 네플릭스에서 하는 아르헨티나 영화를 보다가 가끔 아는 단어가 나오면 즐겁다. 에스빠뇰을 공부한다 하면 여행 갈 예정이냐고 묻는 사람이 많은데, 전혀 그럴 생각이 아니지만 "스페인 문학에 관심이 생겨서 한 십 년 열심히 공부하고 유학 떠나려고 합니다."라고 하면 상대방은 대개 돌았나? 하는 표정을 짓는다.
새벽에 공부하고 아침 먹고 일곱 시쯤 가까이 사는 딸네 집에 가서 손자 학교 가는 것을 챙겨준다. 제 엄마 아빠가 일찍 출근을 하는데 워낙 입이 짧아 아침을 잘 안 먹어서 내가 가서 감시하에 아침을 먹이는데 그것도 그리 잘 먹지는 않는다.
여덟 시 반쯤 등교하면 나는 시내로 나가든지, 걸어서 양재천을 따라 집에 온다. 차를 가져가는 날도 많지만 계절이 좋으면 걷는 게 일과 중 하나다. 하루 6 천보 이상을 걷는 게 목표이다. 어떤 날은 이만 보 가까이 걷는 날도 있다.
오늘은 양재역까지만 걷고 지하철 타고 집에 올 계획이었는데, 중간에 커피가 한 잔 마시고 싶어졌다. 마침 스타벅스가 눈에 들어온다. 스승의 날이라고 오래 된 제자가 커피 쿠폰을 보내줬는데 그걸 한 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들어가서 카카오톡으로 온 쿠폰 보여주니 앱을 안 쓰냐고 묻는다. 무슨 앱? 스타벅스 앱. 물론 안 쓴다.
스캔을 하더니 플라스틱 카드를 하나 내준다. 이 카드 다 쓰시면 충전도 가능합니다. 글쎄 다 쓸 일이 있을까 모르겠다. 스타벅스 커피는 좀 진해서 선호하지는 않는다.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 들고 여러 사람 앉는 긴 탁자에 앉아 마시려는데 카톡 문자가 왔다. 대전 사는 대학 동기 부인이 돌아가셨단다. 이런 며칠 전 딸애가 미국서 교수되었다고 우리 모두가 축하해 줬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당뇨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70넘은 노인네들 내일은 알 수 없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
동기들에게 연락하니 동기회장이 자기가 기차표 예약할 터이니 내일 오후 문상 가자고 한다. 어떡하나 망설이고 있었는데 함께 갈 사람이 있으니 가기로 했다. 우선 조화를 보냈다.
다시 일어나 양재천을 걸어 집에 오니 12시다. 살짝 배가 고프다.
점심 먹고 나면 오늘의 두 번째 일과를 시작한다. 요즘은 자주 하루를 이틀처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