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활동

by 혼자놀기

요즘 은퇴 후 이것저것 돈도 안 되는 일을 많이 한다. 돈이 안 되는 것을 지나 돈이 꽤 들어간다. 그래도 자식들 다 시집 장가가서 자기들끼리 잘 살고 있고, 와이프도 아직 일을 하고 있으니 연금 받은 것만으로 생활하는데 문제없으니 감사하고 산다.


은퇴 전에는 은퇴 후 심심할까 봐 이것저것 배워 둔 취미가 있고, 은퇴 후에도 몇 가지 새로 배운 것이 있다. 그러니 이것들을 하루 한 가지씩 실천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걷고 운동하는 일 두 시간, 유튜브, 네플릭스 한 시간 정도 매일 보고, 치매 방지용 외국어 공부 30분을 루틴으로 하고, 그림 그리기, 일기 쓰기, 악기 불기 등을 하면 즐겁게 하루가 지난다. 중간중간 전시 구경 가거나, 음악회를 가면 하루가 부족하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이래서 나왔구나를 실감한다.


지난주에 모임이 있었다. 전공의를 함께 했던 친구들 모임이었는데, 세명을 빼고는 아직 다 개업을 하고 있거나 어딘가 취직해서 일을 하고 있다. 놀고 있는 친구 중 한 명은 자리를 옮기려고 잠시 쉬는 중이라 하고, 한 명은 두 가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한다. 하나는 골프고 하나는 성악 레슨을 받고 있단다. 워낙 노래를 잘 부르던 사람이라 좋은 선택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둘 다 스트레스가 많다고 한다. 골프는 거리가 안 나서 PT를 열심히 받는데도 여전히 거리가 안 난단다. 채를 바꿔보면 어떠냐니까 이제 더 이상 좋은 채는 없단다. 노래 부르는 것은 왜 스트레스냐니까 독창회를 준비하는데 관객이 별로 없을까 봐 그런단다. 안 하면 되잖아요?라고 하니 남들도 다 하니 안 할 수 없단다. 레슨비, 반주비, 대관료도 꽤 된다고 불평을 한다. 그냥 즐겁게 하시라니까 그게 잘 안된다고 한다.


나더러는 뭐 하고 지내냐고 묻는다. 이런저런 것을 하면서 지낸다고 하니 뭘 그리 여러 가지를 하느냐? 그중 잘하는 것은 무엇이냐? 잘하려고 하는 게 아니고 즐기려고 하는 것이라니까 이해를 못 한다. 이것저것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니까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서 즐겁다고 하니 그들과 대화가 안 되면 어떡하냐고 한다. 취미를 바탕으로 만나는 사람들이라 대화가 안 될 일이 없다고 하니, 사람 만나는 일이 제일 스트레스 아니냐고 하는데, 나는 왜 이게 즐거울까?


그래서 가능하면 의사들 모임보다는 다양한 취미를 바탕으로 하는 모임에 더 열심히 참여한다. 그게 더 즐겁기 때문이다.


내가 이것저것 악기를 다룰 줄 안다는 것을 알면 자꾸 모임에서 연주를 해 달란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그게 얼마나 불편한 일인 줄 모른다. 악기, 반주기, 스피커 들고 가서 설치하고, 마이크도 준비하고.. 그리고 몇 곡 연주하려고 한 달은 열심히 연습을 해야 한다. 이건 즐기는 일이 아니고 스트레스다. 그러니 사양하는데 너무 사양하는 것도 난 체 하는 것 같아 가끔씩 나서서 연주를 하기는 하는데 별로 즐거운 일 아니다. 그래서 요즘 하모니카를 열심히 불고 있다. 유튜브에서 반주 찾아 불면 되니, 하모니카와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악기도 가볍고 들고 다닐 것도 없고... 하모니카 연주를 하면 자기도 배우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모임을 만들고 일주일에 한 번 모여 연습하자 해서 서너 명이 참여하면, 초보용 하모니카 하나씩 사드리면서 무료로 일을 시작하지만, 도대체 연습을 안 하니 진도가 안 나간다. 그래서 회비를 받았다. 그래도 마찬가지다. 다이아토닉 하모니카는 힘들어 그렇다고 해서 다시 트레몰로 하모니카를 사서 시작했다. 그런데 한 달 유지가 힘들다. 지금도 하모니카를 부는 사람은 딱 한 명이 뿐이다. 더 배우겠다고 하는데 이제 내가 놀기 바빠서 시간 내는 것이 힘들어서 못하고 있다.


취미 생활도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