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과류가 건강에 좋다고들 한다. 그렇지만 칼로리가 높아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도 한다.
나는 잣, 땅콩, 호두, 피스타치오, 마카다미아, 캐슈너트, 아몬드...온갖 종류를 다 좋아한다. 그리고 자주 벌크로 사다 놓고 여기저기 넣어서 먹기도 하고 심심하면 먹기도 한다. 늘 몸무게 걱정을 하면서도 그런다. 과체중은 나를 평생 따라다니는 건강 적신호인데, 늘 먹기를 즐기니 문제다.
그런데 어느 해인가 견과류가 장마를 지나면서 맛이 변하고 쩐내가 나기 시작해 보니 곰팡이가 생겼다. 다 버리고 그 후로는 하루치씩 포장되어 있는 것을 사다 먹었다. 그것이 생각처럼 하루 한 봉지만 먹게 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봉지 안에 있는 건포도의 달달함이 더 자주 먹게 만들고, 더불어 맥주 한 잔도 불렀다.
결단을 내렸다. 견과류를 끊자. 한동안 견과류를 사 먹지 않았다. 그렇다고 몸무게가 줄거나 하지는 않았다. 대신 육포, 오징어포, 쥐치포 같은 것들을 심심풀이로 가끔 먹었다. 가끔이란 단어의 정의가 모호하지만, 내 나름대로 가끔 먹었다. 맥주도 끊은 수준으로 마셨다.
그랬는데 지난 정월 대보름에 동네 지인을 만났더니 피호두를 주셨다. 집에 가지고 와서 까먹어보니 고소하고, 껍질도 얇고, 신선하다. 그다음에 만나을 때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하니 한 봉지를 더 주시면, 중국산 호두 까는 도구를 보여주셨다. 아주 편리하다고 하시면서 두 개를 세트로 파는데 15,000원이면 산다고 하신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그것이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제일 싼 것을 주문했다. 두 개 세트 4,000원에 배달비 4,000원이었다. 반 값 밖엔 하지 않았다. 도구를 사서 까먹으니 그 한 봉지가 반나절도 안되어 없어졌다. 다시 인터넷에 접속해 작년 가을 수확된 국산 호두를 500그램 주문했다. 12,000원이었다.
며칠 뒤 배달이 되어 왔는데 500그램이 그렇게 조금일 줄은 몰랐다. 도구로 까니 금세 다 없어진다. 그런데 새로 수확한 국산 호두, 얇은 껍질이라고 되어 있는데, 지인이 주신 코스트코 호두보다 껍질도 두껍고 맛은 비슷하다. 다시 주문하려고 찾다 보니 중국산도 있고, 미국산도 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처음부터 중국산을 살 생각이 없었으니 제쳐두고, 미국산도 종류가 몇 가지 되는데 1kg에 만원 좀 넘는 것도 있고, 10kg에 45,000원 배달비 무료인 것도 있다. 1킬로로 소분한 것은 13,000원이니까 국산에 비해 거의 반값이고, 10킬로짜리는 45,000원이면 국내산의 1/5가격인데... 내용물이 괜찮을지 살짝 걱정은 되었다. 그리고 그 많은 것을 한 번에 시키면 다 먹기는 할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렇지만 시켰다. 이틀 후 배달이 왔다. 열어보니 코스트코에서 파는 것과 비슷해 보였다. 얼른 까먹어보았다. 국내산이나 맛은 비슷하다. 그런데 피가 얇아 까기가 훨씬 쉬웠다. 국내산이 다섯배나 비싼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이해가 안 된다. 한우 투뿔 등심과 같은 이유인가? 한우는 특별히 더 고소하고 부드러우니 할 말이 있는데, 호두는 좀처럼 그 이유를 찾기 쉽지 않았다. 국산이란 이유로 너무 비싸게 받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맛이 비슷하다면 싼 것이 더 나은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