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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귿 May 24. 2019

소득격차라는 당신의 망상

They Would Rather Have the Poor Poorer

저소득층의 소득 부진보다 고소득층의 소득 급락이 컸기에,
우리는 소득격차를 개선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말을 듣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표현을 수정했지만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아무래도 문재인 정부는 모두를 가난하게 만들어서라도 빈부격차가 줄어든다면 자화자찬을 할 모양이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23/2019052301246.html


오늘 정부의 발표를 요약하면

- 1분위 소득 : (사상 최장 기간 연속 감소이지만) 감소폭이 누그러지고 있다.

- 2~4분위 소득 : 최저임금의 영향으로 소득이 개선되고 있다.

- 5분위 소득 : 증가세에서 감소세로 돌아서며 소득격차가 완화됐다.


결국 1분위 소득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중산층인 2~4분위로 넘어가는 장벽이 높아져 계층이동은 커녕 저소득층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뿐이랴, 소득이 있으면 다행이지 그러한 저소득층의 계층에서 마저 이탈해버린 실업자들은 아예 통계에서 배제되어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국민 모두가 가난해지고 있는 것을 소득격차 완화로 해석하는 모습이다.


당신들이 괜히 개천에서 용이 나올 필요가 없다 한 것이 아닐 것이다.



오늘 정부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마가릿 대처의 의회 질의응답을 떠올리게 한다. 철의여인이 되었든 마녀가 되었든, 오늘의 우리나라에게는 그녀의 직관적인 해설이 필요하다.


He Would Rather the Poor Were Poorer Than the Rich Were Less Rich

https://youtu.be/pdR7WW3XR9c


Simon Hughes : On her last day in parliament, Margaret Thatcher was questioned on the widening gap between richest 10% and poorest 10% during her Prime Ministership.
Margaret Thatcher : Mr Speaker, all levels of income are better off than they were in 1979. …what the honourable member is saying is that he would rather the poor were poorer provided the rich were less rich. That’s where you will never create the wealth for better social services as we have. And what a policy! Yes, he would rather have the poor poorer, provided the rich were less rich…


소위 휘그당의 후신인 자유민주당의 Simon Hughes가 대처 집권 11년 간 상위 10%와 하위 10% 계층 간 빈부격차가 크게 증가했음을 지적하자,


대처는 "모든 계층에서 소득수준이 나아졌으며, Hughes 의원의 주장은 부자들이 가난해질 수 있다면 빈곤층들이 더 가난해져도 괜찮다는 것인가?" "당신들은 빈부격차의 해소로서 상향 조정이 아닌 하향평준화를 말하는 것이다" "당신의 의도가 그렇지 않더라도, 당신의 주장은 하향평준화라는 결과를 낳게 될 것" 이라고 답변한다.


* 참조 : 의사록 전문
https://publications.parliament.uk/pa/cm199091/cmhansrd/1990-11-22/Debate-3.html
대처는 소득불평등한 성장이, 소득평등한 침체보다 낫다는 당연한 이치를 제시한다.


그녀의 예시는 소득격차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의 위험성을 간단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모두가 빈곤해지는 상황에서 고소득층이 더욱 빈곤해지면, 소득격차가 해소된 좋은 상황이고

모두가 풍족해지는 상황에서 고소득층이 더욱 성장한다면, 소득격차가 증대된 나쁜 상황인가?


정책의 기본적인 목표는 전반적인 국가 차원의 소득 증대가 되어야 하며, 소득격차 해소는 부가적인 목표로 사용될 수는 있지만 소득격차 해소 그 자체가 궁극적인 목표가 될 경우 경제 정책의 본질을 호도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마치 지금의 우리나라와 같이.


https://www.businessinsider.com/bank-of-england-mark-carney-data-inequality-uk-2016-12

한편 재미있는 사실은 대처 집권기에 지니계수가 크게 상승한 것은 사실이나 대처 말기의 지니계수를 노동당의 블레어 수상은 더욱 증가 시켰다는 점이다. 영국의 지니계수는 다시 보수당으로 정권이 넘어와 카메론 수상기에 이르러 비로소 소폭 감소한다.



소득격차는 언뜻 보기에 공정하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줄여나가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상대적인 지표인 소득격차보다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소득수준의 상승이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절대적인 소득의 상승을 경험하고 있고, 그것이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절대적인 소득수준의 상승이 전 계층에 걸쳐 이루어진다면, 저물가의 뉴 노멀 경제에서 소득격차를 걱정할 이유는 없다. 그저 남의 떡을 빼앗고 싶은 못된 심보일 뿐.


소득격차는 증대되고 있지만, 중위소득 및 저소득층의 소득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근로소득으로 계층 이동을 이루어내기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소득의 차이를 이유로 고소득 근로자를 비난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

그리고 모두가 빈곤해져 가는 상황을 소득격차의 감소로 자기긍정하는 문재인 정부는 정상적인 정부일까.


기억하자. 정유라는 고소득층이 아니라 자산가였기에 부르주아의 삶을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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