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답 에이전시의 새로운 무기 - 골든 서클

월간도모 Robin Talk: Why의 크기가 비즈니스의 크기를 결정한다

by robin 이선종

본 내용은 2025년 11월 24일 월간도모에서 발표했던 내용을 발췌했다.


해답 에이전시, 두 번째 무기

지난 월간도모 Robin Talk에서 '프레임'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화를 장악하는 건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관점으로 보게 만드느냐는 것. 이번 달엔 그 프레임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다룬다.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가?"

도모가 '해답 전문 에이전시'로 포지셔닝을 바꾼 이유도, 클라이언트와 장기 파트너십을 만들 수 있는 이유도,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답에서 시작된다. 두 번째 커뮤니케이션 무기는 'Why-How-What'이다.


인간은 어떻게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나?

유발 하라리가 TED 강연에서 던진 질문이 하나 있다. "침팬지와 인간, DNA는 98% 같은데 왜 인간만 지구를 지배하게 됐을까?" 침팬지도 똑똑하다. 도구를 쓰고, 사회를 만들고, 감정도 있다. 근데 침팬지는 기껏해야 50마리 정도가 모여 살 수 있다. 서로 얼굴을 알아야 신뢰가 만들어지니까.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1,000명, 10,000명, 심지어 수백만 명이 협력한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유발 하라리의 답은 명쾌하다.

"인간은 함께 믿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국가, 회사, 돈, 인권, 심지어 삼성전자나 애플... 이런 건 실제로 만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냥 우리가 함께 믿기로 한 이야기일 뿐이다. 하라리는 이걸 '허구적 상상력(fictional imagination)'이라고 불렀다. 거짓말이 아니라, 함께 믿을 수 있는 더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

그럼 질문이 생긴다. 우리는 클라이언트에게 어떤 허구적 상상력을 파는 걸까?


Dell이 망하고 Apple이 살아남은 이유

2000년대 초반, Dell과 Apple은 둘 다 컴퓨터를 팔았다. 하지만 방식이 완전히 달랐다.


Dell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최고 성능의 컴퓨터를 가장 저렴하게 만듭니다. 맞춤 제작도 가능하고요."

What → How → Why 순서다.

뭘 만들고(컴퓨터), 어떻게 만들고(맞춤 제작, 저렴하게), 왜 만드는지(가성비).


Apple은 달랐다.

"Think Different.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위한 도구를 만듭니다."

Why → How → What 순서다.

왜 만드는지(세상을 바꾸려고), 어떻게 만드는지(다르게 생각하면서), 뭘 만드는지(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결과는 극명했다. Dell은 가격 경쟁에 갇혔고, 시장 점유율은 계속 떨어졌다. Apple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됐고, 고객들은 새벽부터 줄을 서서 신제품을 샀다. 같은 제품을 파는데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한 거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Simon Sinek이 그 이유를 설명한다.


뇌과학이 말하는 순서의 비밀 - 골든 서클

Simon Sinek은 TED 강연에서 '골든 서클(Golden Circle)'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Why-How-What, 이 순서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거다. 사람의 뇌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신피질(Neocortex): 논리적 사고, 언어 처리

변연계(Limbic System): 감정, 신뢰, 의사결정

What과 How는 신피질을 자극한다. "이 제품은 이런 스펙이고, 이렇게 작동합니다." 논리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구매 버튼을 누르게 만들지는 못한다.

Why는 변연계를 자극한다. "당신이 이걸 가져야 하는 이유는..." 이게 감정을 움직이고, 신뢰를 만들고, 의사결정을 이끈다. 사람들은 What을 사는 게 아니라 Why를 산다.


Nike 신발을 사는 건 신발이 필요해서가 아니다. "Just Do It"이라는 믿음을 사는 거다. Tesla를 사는 건 전기차가 필요해서가 아니다. "지속 가능한 미래"라는 비전을 사는 거다. 그럼 도모는? 우리는 클라이언트에게 무엇을 파는 걸까?


Why의 크기가 비즈니스의 크기를 결정한다

Why는 크기가 있다. 그리고 그 크기가 비즈니스의 크기를 결정한다.


Small Why (기능):

"우리는 디자인을 잘합니다."

"우리는 콘텐츠를 빠르게 만듭니다."
→ 결과: 가격 경쟁. 누가 더 잘하는지, 더 싸게 하는지로 싸운다. 프로젝트 하나 끝나면 관계도 끝난다.


Medium Why (가치):

"우리는 브랜드 자산을 만듭니다."

"우리는 고객 경험을 설계합니다."
→ 결과: 프로젝트 단위 협력. 필요할 때 찾는 파트너. 신뢰는 있지만, 관계는 거래적이다.


Big Why (믿음):

"우리는 함께 성장하는 미래를 만듭니다."

"우리는 당신의 비즈니스가 지속 가능하도록 돕습니다."
→ 결과: 장기 파트너십. 문화적 일치. 함께 확장하고, 함께 성장한다. 클라이언트가 성공하면 우리도 성공한다.


도모의 Why는 뭘까?

"정답 전문 에이전시"에서 "해답 전문 에이전시"로 포지셔닝을 바꾼 이유가 여기 있다. 정답은 이미 정해진 답을 찾는 거다. 하지만 현실에선 정답을 선택할 수 있는 기업이 드물다. 예산, 시간, 내부 정치, 시장 상황... 온갖 제약 속에서 최선을 찾아야 한다. 해답은 제약 속에서 최선을 만드는 거다. 클라이언트와 함께 그들의 상황에 맞는 해답을 찾아가는 것. 그게 우리의 Why다.


허구적 상상력은 거짓말이 아니다

다시 유발 하라리로 돌아가자. "허구적 상상력"을 오해하면 안 된다.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함께 믿을 수 있는 더 큰 그림을 그리는 거다.

클라이언트에게

"이번 캠페인 CTR 2% 올려드릴게요"라고 말하는 건 What이다.

"이번 캠페인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20% 높이겠습니다"는 How다.

"이번 캠페인으로 당신의 시장 위치를 재정의하겠습니다"는 Why다.

같은 일인데, 프레임이 다르다. 그리고 그 프레임이 프로젝트의 크기를, 협업의 깊이를, 결국 비즈니스의 크기를 결정한다. 프레임을 장악하는 법을 배웠다면, 이제 그 프레임 안에 어떤 Why를 담을지 고민할 차례다. 당신의 Why는 Small인가, Medium인가, Big인가?


도모의 Why는 명확하다. 우리는 제약 속에서 최선의 해답을 찾는다. 그리고 그 과정을 함께하는 파트너가 되고 싶다.


당신의 Why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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