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답 에이전시의 새로운 무기 - 프레임

월간도모 Robin Talk: 말빨로 이기는 법

by robin 이선종

본 내용은 2025년 10월 30일 월간도모에서 발표했던 내용을 발췌했다.


해답 에이전시의 새로운 무기

도모는 스스로를 '해답 전문 에이전시'라고 부른다. 정답이 아니라 해답. 정답은 좋지만, 정답을 선택할 수 있는 기업이나 조직은 생각보다 적다. 예산, 시간, 내부 정치, 시장 상황... 온갖 제약 사항 안에서 최선의 길을 찾는 게 우리 일이다.


지난 2025년 9월, 약 5년간 머물렀던 학동로를 떠나 선릉로에 새로운 오피스로 이전했다. 학동로 건물은 자율근무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우리의 변신이나 상상력의 공간이었다. 유연함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콘셉트로 곳곳에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려 노력했다. 선릉로 건물로 옮기는 과정에서 도모얀 모두가 미션을 재해석하고, 공동의 목표와 일하는 방식을 찾기 위해 Unified Company가 콘셉트였다.

Flexible Company 시절엔 비즈니스&리더십에 대한 주제로 Robin Talk을 구상했고, 이번엔 커뮤니케이션&본질에 대한 부분으로 월간도모 Robin Talk을 리뉴얼했다.


매달 하나씩,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무기를 하나씩 전달하며, 첫 번째 무기로 '프레임'을 제시했다. 문자 그대로 "말빨로 이기는 법"이다.


나한테 쓰지마! - 영화 <땡큐 포 스모킹>

이 영화는 개봉 당시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가 입소문, 특정 이슈, SNS 밈, 스트리밍 등을 통해 나중에 인기를 얻는 영화를 부르는 용어인 슬리퍼 히트(Sleeper Hit) 영화다. 주인공 닉 네일러는 담배 회사 로비스트로, 영화 속에 대표적인 악당이다. 누가 봐도 담배는 몸에 해롭고, 그걸 옹호하는 건 나쁜 짓이니까.


닉은 TV 토론회에서 소아암 환우와 마주 앉는다. 진행자가 묻는다.

"담배가 이 아이를 아프게 했는데, 할 말이 있나요?"

보통 사람 같으면 사과하거나, 변명하거나, 아니면 그냥 얼어붙을 상황이다.

근데 닉은 이렇게 말한다.

"저는 이 아이가 18세까지 살기를 누구보다 바랍니다. 그래야 제 주장이 맞으니까요. 담배 회사는 담배를 오래 피울 고객이 필요하거든요. 죽은 사람은 담배를 못 사니까."


순간 분위기가 바뀐다. '담배 회사 = 악당'이라는 프레임이 '고객의 생존을 바라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으로 전환된 거다. 물론 여전히 담배는 해롭다. 하지만 대화의 주도권은 넘어갔다.

프레임에 그대로 갇힌다면, 당신만 더 궁지에 몰린다.

프레임이란 간단하게 말하면 "상황을 바라보게 만드는 관점의 틀"이다.


예를 하나 들자면, 클라이언트가 견적서를 보고 말한다. "가격이 너무 비싼 것 같은데요?"

이 질문 안에는 이미 프레임이 깔려 있다. '비용 대비 효율'이라는 프레임. 이 프레임 안에서 싸우면 우리는 질 수밖에 없다. "아니에요, 저희가 제공하는 서비스 퀄리티를 보시면..." 이런 식으로 변명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수세에 몰린 거다.

이럴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프레임을 읽고,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

"맞습니다. 저희 견적이 시장 평균보다 높은 편이죠. 그런데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드는 비용과 비교해보셨나요? 저희는 프로젝트 실패율 5% 미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비용'이라는 프레임을 '리스크 관리'라는 프레임으로 바꾼 거다.

같은 상황, 다른 관점. 그리고 이제 대화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세 가지 프레임 전환 기술

실전에서 쓸 수 있는 프레임 전환 기술 세 가지를 소개한다.


1. 자유 프레임: 제약을 전략적 이점으로

"예산이 부족해서 A안이 어렵습니다"
→ "예산 제약이 있어서 오히려 B안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핵심 메시지가 더 날카로워졌어요."

제약은 언제나 있다. 그걸 변명이 아니라 선택의 이유로 만들면, 프레임이 바뀐다.


2. 책임 분산: 실패를 속도로

"이번 캠페인이 기대만큼 성과를 못 냈습니다"
→ "3개 버전을 빠르게 테스트한 결과, C 메시지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이제 이걸로 스케일업하면 됩니다."

실패 프레임을 학습 프레임으로 바꾸면, 책임이 아니라 경쟁력이 된다.


3. 역설적 전환: 노력을 기회로

"이 작업 너무 복잡하고 시간 오래 걸려요"
→ "다른 팀들이 이걸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죠.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그래서 우리가 하면 차별화가 됩니다."

모두가 피하는 걸 전략적 기회로 재정의하면, 어려움이 강점이 된다.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떤 관점으로 보게 만드느냐

프레임은 거짓말이 아니다. 같은 사실을 다른 각도에서 보는 것뿐이다. 클라이언트와의 협상에서, 팀 내부 회의에서, 심지어 일상 대화에서도 프레임은 작동한다. "왜 이렇게 늦었어?"라는 질문에 "길이 막혔어"라고 답하는 순간, 우린 '늦은 사람' 프레임에 갇힌다. "10분 늦었는데 대신 준비 완벽하게 해왔어"라고 말하면, '준비성 좋은 사람' 프레임이 열린다. 프레임을 장악하는 건 교활한 게 아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끄는 기술이다. 해답 에이전시로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이런 무기들이다.


다음 달엔 'Why-How-What'에 대해 이야기해볼 예정이다. 비즈니스의 크기를 결정하는 건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하느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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