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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이선종 Nov 16. 2020

공간을 바꿨다 #사옥이전

개인 공간에서 공용 공간으로

1평 남짓한 자리가 주는 락인 효과는 크다

2008년 처음 일을 시작하고 처음 내 자리, 내 책상이라는 게 생겼다. 실질적인 내 자산은 아니지만 정서적으로 주는 가치는 책상 이상이었다. 내가 생산적이고, 창조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고, 나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세상에 없는 공간이었다. 몇 번의 이동과 이직을 거치며 내 자리가 있다는 것은 일상이 되고,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자리가 있다는 건 좀 더 좋은 자리(창가라던지, 벽이라던지, 독립성이 약간은 있는)에 대한 집착이 되고, 그 자리가 주는 권력의 거리가 좋았던 시절도 있었다. 사람들은 이동하는 동선과 떨어져 있으면 좀 더 높은 사람이 된 것 같은 이상한 효과가 생기기도 했고, 좀 더 좋은 자리를 앉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도 했다


그러다 재택근무, 그리고 자율근무를 시작했다

매일 나오던 사람들이 떨어져서 일을 하기 시작했고, 이가 빠진 그릇처럼 빈자리들이 채운 자리보다 많아졌다. 우리가 함께 회의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은 동일한 상태에서 모여서 할 수 있는 일을 할 때만 회사에 출근하게 됐다. 1평 남짓한 개개인의 공간은 그런 상황에서 불필요한 공간이 되고, 누구도 쓰지 못하는 이상한 락인 만이 걸려 있었다. 그래서 이사를 결정했다 


지금 우리, 앞으로 우리에게 맞는 공간을 찾는 여정

이사를 결정한 건 올해 5월, 첫 번째로 지금 우리에게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를 검토했다. 집중해서 일이 되게 만드는 곳이면서 소속감을 줄 수 있는 허브 공간이 필요했다. 공간의 용도는 개인적인 작업도 필요하지만, 함께 쓰는 공간이 더 필요했다. 기존 사옥이 80%가 넘게 개인 공간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 비중을 10% 미만으로 줄이고, 30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오디토리움, 스튜디오, 녹음실 등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사람이 늘거나 줄어도 공간에 대한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했다. 도모얀 설문 조사 결과 내 자리가 없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 되겠다는 걱정도 앞섰다. 나를 포함해서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으니까...


기본적인 스펙을 정하면서 이사할 동네를 찾기 시작했다. 

지역은 강남, 성수 / 지하철 역에서 10분 내외 / 100평 이상 / 임대료는 현재와 같은 수준 or 최대 10% 인상

30개가 넘는 공간을 보고, 검토하면서 우리가 정한 가이드였다. 집을 구해보면 알겠지만 공간이 크면 접근성이나 건물이 낡았다. 공간이 작으면 외관이나 편이 시설이 좋고, 신축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적절한 선택을 하는 것이었는데, 내 생각에 적절함이란 타협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런 과정을 3-4개월을 거치며 결정했다. 강남구에 위치해 있지만 성수동 같은 Old & New가 적절하게 조합된 건물을. 물론 건물이 Old라서 우리 인테리어가 New를 담당해야 했지만... 그리고 2020년 11월 11일, 이사를 했다


권력의 거리는 없애고, 자율성은 높이는 공간

우리 공간에 개인 공간은 45cm x 35cm 길이의 캐비닛 하나가 전부다. 모든 공간이 공용이며, 먼저 사용하는 사람이 우선권을 갖는다. 없어질 개인 책상을 정리하면서 우린 모든 페이퍼를 스캔해서 버리는 과정을 거쳤다. 또한 불필요하게 보관하던 쓰레기들을 모두 버렸다. 책상 위, 책상 속, 책장 등에 쓰지도 않을 것들이 한가득 차 있었다. 누가 배정받는 좋은 구석 자리가 없다는 것은 자리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고통받는 도모얀이 생기지 않다는 것이고, 보고하러 가는 권력의 길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누구나 본인이 원하는 자리에 앉고, 이동하면서 일을 해도 된다 


사옥 이전은 완성이 아닌 클라우드 방식의 시작

지난 킥오프 '올해 우리의 컨셉은 트레이닝입니다'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린 지금 일하는 방식을 바꿔 나가고 있다. 업무 공간인 서버를 클라우드로 바꾸고, 개인 공간을 클라우드로 바꾸는 시작점을 맞았다. 앞으로 좋은 파트너, 지방이나 해외의 채용과 협업을 통해 리소스의 클라우드를 준비해야 한다. 도모의 새 공간이 이 과정 속에서 모두에게 편안하고, 소속감을 주는 허브 공간으로 기억되길 희망한다


  


* 오늘의 문제: 공간이 주는 권력의 거리 없애기

* 오늘의 솔루션: 나부터 집착을 안하고, 개인이 쓸 수 있는 공간의 폭을 무한대로 확장시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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