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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이선종 Dec 12. 2020

세상은 왜 내 맘대로 안돼!?

그래서 더 재미있는 거 아닐까?

최근 배운 게 하나 있다. 의사 결정에 관해

어떤 결정을 할 때 극단의 끝에 서서 생각한다. 이것이 전부인 세상과 이것이 아예 없는 세상과... 그게 의사 결정이라고 믿었다. 최근에 배운 게 있다면 의사 결정은 한쪽을 선택한다기 보단 한쪽을 제거한다는 것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린 그 제거에 대한 결과를 받는다. 그 결과가 잔인하기만 했던 긴 하루가 있었다  


당신을 고치러 왔습니다 vs 당신을 지원하러 왔습니다

올해 내가 피칭했던 경쟁 PT에서 이기는 방법은 '당신을 지원하러 왔습니다' 쪽이었다. 하지만 높은 기대치와 목표를 제시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예산에서 할 수 있는 결정은 '당신을 고치러 왔습니다' 밖에 없다고 믿었다. 솔직히 그런 선택은 그들을 위한 것보단 나를 위한 것에 가까웠던 것 같다. 아닌 경우도 있었지만 그 결과의 대부분이 이렇다

"혁신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합니다. 당장 실행하기에는 저희의 역량이 부족함을 느낍니다. 저희가 준비된 조직으로 성장하면 같이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자율적 경영을 해야 합니다 vs 우리가 당신을 성장 시키겠습니다

올해 내가 정했던 회사의 제안는 '우리가 당신을 성장시키겠습니다' 쪽이다. 비즈니스의 복잡도가 매년 1.6%씩 올라가는 소수의 의사결정자가 매번 좋은 선택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기본 철학을 자율, 책임, 신뢰, 투명성으로 정했다. 창업이 필수로 여겨지는 대한민국에서 누구나 창업자의 DNA를 깨우는 것. 그 연습을 도모가 해주길 바랬다. 아닌 경우도 있었지만 퇴사의 이유는 대부분이 이렇다

"선임자를 믿고 하나씩 꼭꼭 씹어 학습하는 제 성향에 비해, 도모는 해보라고 기회는 주지만 그것이 다소 모래성 같다는 느낌입니다. 조직의 방향과 내 방향이 달라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주주가 되어 돕고 싶습니다 vs 주주가 아닌 방식으로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내가 참 좋아하는 조직이 있다. 조직이지만 동아리 갔고, 버티컬이지만 그 영역에서 최고의 콘텐츠를 만드는 조직이다. 동아리 같던 조직이 위기를 맞이하면서 조직이 견디는 힘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개인적으로 돕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돕기 위해 파트너를 요청했다. 비즈니스는 각자의 방식으로, 조직 문화를 서서히 융합하는 형태로.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답을 받았지만 이 경우엔 이렇다

"지금 우리에게 너무 필요한 영역들이지만 사회 초년생인 우리가 투자와 주식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상태로 결정하는 게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주식이 아닌 저희가 할 수 있는 영역으로 보상을 드려도 될까요?"

결과만 보면 어제 하루 동안 3개의 거절을 당했다. 나가 포기했던 선택이 세상에 필요한 걸까? 이런 좌절감이 나를 감싸 올랐다. 그러다 7살 우리 딸이 내 가슴을 울리는 얘기를 자기 전에 했다

아빠, 왜 세상은 내 맘대로 안돼?
엄마가 보고 싶을 땐 엄마가 없고, 아빠가 보고 싶을 땐 아빠가 없어
그래서 슬퍼!


내가 말했다. 그래서 세상이 재밌는 거라고!

내 맘대로 되지 않으니 노력해야 하고, 내 맘대로 되지 않으니 누구보다 간절해야 한다고.

그 얘기를 하면서 오늘 내가 했던 거절의 선택에 대한 답을 얻었다. 좌절과 우울한 감정에서 벗어나 '왜 내가 그런 시작을 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고,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에 중요함을 느꼈다. 아이를 통해 배운다는 말이 왜 생겨났는지 새삼 느낄 수 있는 날이었다. 참으로 감사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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