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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이선종 Jan 24. 2021

CI(Corporate Identity)를 고쳤다(1)

과거에 지금을 더하다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은가? 

누구의 압박도 없었다. 하지만 2019년 11월부터 내게 내려진 숙제였다. 지금보다 더 나은 회사를 만들라던 Hugh의 간절한 요청에 어떤 식이든 답을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 질문의 무게는 초보 대표님이 견뎌내기엔 무거웠다. 프로젝트로 바쁠 때도, 2020년 도모가 11가지 변화를 하면서도 그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고, 돛 없는 배처럼 망망대해를 표류하고 있었다. 아니 스스로 내릴 수 있는 수준의 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그걸 입밖에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는 무슨 약속을 줄 수 있는 조직인가? 에 대한 답 말이다. 


브랜드를 만드는 건 쉽지만, 유지하는 건 어렵다

도모라는 브랜드를 다시 정의하기 위해 좋은 브랜드보다 좋은 브랜딩을 하고 있는 곳들을 공부했다. 파타고니아, 애플, 에버레인, 그리고 성수동. 그 브랜드들의 활동을 보며, 낯설게만 느껴졌던 브랜드와 브랜딩의 차이를 이해했다.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라는 약속을 하고 그걸 제품으로 지켜나가는 파타고니아, '단순함, 사람 중심의 세상을 바꾸는 일, 연결을 통한 가치 창출'이라는 약속을 지키는 애플, '철저한 투명성'이라는 약속을 상품 페이지에 원가 공개로 지켜나가는 에버레인까지... 선언은 쉽지만 지키기 무지 어려운 약속들을 해 나가는 셈이다. 그럼 도모는 무슨 약속을 하고 있을까?? 아니할 수 있을까? 가 나의 고민의 시작이었다 


도모의 브랜딩은 언제나 어려웠다

첫 번째로 21년 된 회사지만 도모가 무슨 브랜드라고 정의하지 못해서 어려웠고, 두 번째는 브랜드를 규정하는 시니어와 브랜딩을 하는 도모얀들의 거리가 멀어서 어려웠다. 도모 브랜딩 프로젝트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CI 프로젝트는 시니어를 배제한 채 지금 도모얀들로 TF팀을 구성했다. 각 영역 별로 토론할 수 있는 4명을 선정해 #읭 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읭'이란 말은 TF팀 멤버들이 그 메일을 받고 처음 나온 말이라 그렇게 정했다. 읭? 제가요? 의 의미다. 


2020년 9월 그렇게 #읭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목표는 두 가지다.

첫 번째로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고 피해를 적게 입히도록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 찾기

두 번째로 '도모다움을' 제대로 정립해 이를 도모얀과 외부 고객에게 전파하는 것


킥오프 미팅에서 브랜드와 브랜딩의 차이에 대해 이해하고, 다수결이라는 의사 결정 방식과 역할, 스프린트 플랜(2주 단위 목표 수립과 리뷰 방식)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도모와 성수동을 오가며 회의를 했다. 토론 주제는 아래와 같다

현재 시점에 도모 바라보기 

도모 20년 사를 읽고 소감 나누기

제품, 교육, 마케팅, 재무, 인사, 경영, 환경 철학에 관한 토론

격주로 모였지만, 바쁜 프로젝트 일정 탓에 제대로 모이긴 어려웠다. 슬랙과 메일에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지난 기록을 보며 따라가기 바빴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변해야 하는 것과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 중 후자에 해당한다. 미디어와 고객의 니즈에 맞춘 솔루션은 변해야 하는 것이지만 브랜드를 구성하는 미션과 비전, 밸류는 변하지 않아야 구성원들이 혼란스럽지 않다. 


콘텐츠 회사로 변하겠다는 요청을 고려해 갈증, 포용, 연결이라는 3가지 밸류와 슬로건이 탄생했다

A Bold Conversation(좋은 콘텐츠를 위한 용기, 솔직함, 트임이 있는 대화)

갈증: 새로움에 대한 갈증이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

포용: 다름을 포용하는 수평적 문화가 변화의 기반이 된다는 것

연결: 서로의 가치가 연결될 때 메시지가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   

TF팀 내부적으로 토론을 하고, 가장 많은 득표를 한 가치와 슬로건 두 개를 정해 전체 도모얀을 대상으로 투표를 했다. 치열한 투표 결과 저 슬로건과 3가지 밸류가 선정됐다. 이제 로고 디자인을 최종 완료해 발표만 남겨둔 상황이다. 그때 내 마음속에서 변화가 시작된 걸 느꼈다. 이기심이라는 악마가 말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너 진짜 마음에 들어? 이대로 네 생각이 반영되지 않은 채 결정돼도 후회하지 않을 거야??    

며칠을 더 기다렸지만 내 안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난 #읭 팀에 홀딩을 요청했다. 이 결과가 내가 원하는 모습과는 좀 차이가 있다고... 지금 하고 있는 확장 프로그램은 잠시 그대로 멈춰달라고... 


(너무 길어졌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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