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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이선종 Apr 05. 2021

예상의 영역에서 예측의 영역으로

The Design Sprint - 첫 번째 스프린트 후기

우리가 하는 일에는 결과가 뒤따른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우리가 내리는 결정과 행동에는 무게가 있다

매일 정의롭고 강인하게 업무에 임해야 한다. 흔들리지 마라


작년에 가장 흥미롭게 본 '빌리언스'에서 검찰 역의 척 로즈가 했던 대사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법을 지키는 무거운 일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희망을 담는 일이라는 관점에서 공감이 갔다. 그래서 최근 몇 년간 내가 기획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류를 줄이는 일이다. 안일한 판단 하나가 이슈를 만들고, 그 이슈가 위기로 커지는 순간을 세상을 살며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스프린트를 책으로 만났다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 가면 난 언제나 유사한 패턴으로 책을 고른다

첫 번째로 일에 도움이 될만한 실용서 1권, 사람의 쫀득한 감정을 고조시키는 일본 소설 1권, 삶의 관점을 확장시키는 영미권 소설 1권을 보통 고른다. 가끔 한국 역사 소설도 고르지만 킬링 타임으로 적절하지 않아 매번 실패를 한다. 스프린트 책도 그런 패턴 속에서 만난 한 권의 책이었다 


수많은 유니콘 기업을 발굴한 구글 벤처스에서 만든 프레임 워크로 기획, 실행, 테스트를 5일 만에 진행하는 매력적인 설명이었다. 그런데, 더 큰 매력은 내용에 있었다. 보통의 책들이 경험에 기반한 자랑이 주를 이루지만 이 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이 프레임워크는 어떻게든 네게 집어넣겠다는 의지가 가득한 채로 담겨 있다. 미디엄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스프린트 스토리도 내가 이 프레임워크를 선택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래서 이 스프린트를 우리 일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독자를 정하고, 목표를 정하고, 그들의 여정을 예상해 콘텐츠를 만든다

그런데 예상처럼 되는 건 언제나 없었다. 우리의 결정과 행동에는 무게가 있었지만 데드라인에 쫓겼다. 예상이 아닌 예측된 기획을 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탁월함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올해 가장 중요한 기회가 될 뉴스룸 비딩에 스프린트를 시행했다. 언론 홍보 전문성이 있는 브로더 AP, 미디어 인큐베이팅 전문성이 있는 미디어 오리, 콘텐츠 전문성이 있는 도모 이렇게 세 개의 회사의 가장 중요한 사람들과 5일 간 40시간의 대장정이었다. 그중 스프린트 경험자는 단 한 명, 심지어는 진행자인 나도 첫 번째 스프린트였다. 그래서... 반나절씩 늦어졌고, 그 갭을 5일 차 테스트 고객 인터뷰까지 메우지 못했다


한국에서 스프린트가 성공하지 못한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로 진행자의 미숙함 - 5일간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되다 보니 끊을 때 끊고, 정리할 땐 정리가 필요한데 나의 진행이 서툴렀다. 참여자들이 발언의 안전함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이상한 논리로 첫날 늘어지는 진행으로 전체 일정을 위기로 만들었다


두 번째로 참여자의 질문 성숙도 - 우리는 정답을 맞히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기반의 스프린트가 낯설게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목표를 질문으로 바꿔 솔루션을 도출하는 이 과정의 적응이 필요한데 그 시간만큼 시간이 낭비됐다


세 번째로 스프린트 집중도 - 서비스를 개발하는 조직이 아니다 보니 스프린트가 끝난 5시 이후에 본업에 들어간다. 근무 시간만큼 밀렸던 일들이 8시간 워크숍 이후로 진행되다 보니 효율이 나올 리가 없다. 그러다 보니 다음날의 스프린트의 부담은 커지고,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을 스스로 초래했다. 나도 월요일, 화요일에는 밤 10시까지 잔업을 했지만 집중되지 않아 멍 때리다 마음속 부담만 가진 채 집으로 돌아갔다 


스프린트가 남긴 것 - 독자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 검증

결과를 떠나 이번 도전이 도모에 준 첫 번째 키워드는 검증이다. 실제 독자를 고려해 만든 뉴스룸 UX, UI가 금요일 테스트 고객을 만나 유용한 기능과 덜 유용한 기능에 대한 검증을 받았다. 그 검증 데이터가 제안서나 PT에서 빛을 발휘했다. 전체 스프린트 프레임 워크를 자주 하진 못하겠지만 우리의 제안을 테스트 고객에게 검증하는 과정은 스프린트 이후 제안에서 진행되고 있다. 


두 번째 키워드는 독자이다. 금요일 검증을 위해 어떤 사람이 독자인지를 끊임없이 토론하고, 정의했다. 부합하는 사람들을 찾고, 인터뷰를 진행하며 독자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것을 느꼈다. 그들의 피드백을 통해 수많은 아이디어를 얻었고, 독자 입장에서 성공을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생각한 이번 스프린트 성공은 스프린트 스토리를 기고하는 것이다

우리가 경험한 스프린트 과정과 질문, 프로토 타입의 과정, 효과로 느낀 것들을 정리해 @jakek @jazer에게 보내 콘텐츠 산업에서 스프린트가 좀 더 보완되길 바란다. 앞으로 도모에서도 스프린트를 사용하겠지만 우리에게 맞춰진 방식으로 변형될 것이다. 




* 오늘의 문제: 어떻게 하면 콘텐츠 산업이 예상의 영역에서 예측의 영역으로 바뀔 수 있을까?

* 오늘의 솔루션: 스프린트를 적용해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검증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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