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bin 이선종 Apr 01. 2021

탁구대를 설치했다

그리고 웃음이 생겼다

언제부턴가 회사가 회사 같아졌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 재채기라도 하면 고개가 돌아가 어색한 눈을 마주치는 기억, 자리에서 얘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점점 작게 낮아지는 음량, 단조로운 키보드 소리가 이 공간을 지배한다. 문제라고 볼 순 없지만 문제의 시작은 될 수 있다는 긴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Bella가 내게 물었다


로빈, 저스트 댄스랑 탁구대 사주세요!  


이유도 묻지 않고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탁구대가 도착했다 


중후한 존재감과 매끈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여러 자리 후보 중 3층 입구에 탁구대가 설치됐다. 옮길 수 있다는 말은 탁구대를 3층으로 힘겹게 올린 이후 거치식으로 변했고, 난 Mia에게 책상과도 같은 역할을 하니 이곳에 놓아도 무리가 없을 거란 눈에 보이는 거짓말로 내 판단을 지지했다. 똑딱똑딱. 아~~, 그리고 땀 냄새들... 

신기하네~라고 구경만 하던 사람들이 누군가의 시작으로 모여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쭈빗대며 탁구를 치기 시작한다. 한 가지 놀라운 인사이트는 탁구라는 스포츠는 세대를 탄다는 것이었다. 70년대 생, 80년대 생까지 '어디서 탁구 좀 쳤구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익숙하게 치지만 90년대 생으로 가면 이건 가끔 보기만 했던 운동이 된다. 아무래도 탁구 인프라가 그들에게는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80년대 생인 나도 교회, 스포츠 클럽, 심지어 탁구장을 어릴 때 돈을 내고 갔던 기억이 있다. 더구나 남자들은 군대에서도... 


야근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

4명이 각자 일을 하기 위해 남았다. 저녁을 먹고, 치우는 중에 "복식 한 판?"이라는 신호로 우린 그 어느 때보다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한 게임이 끝날 때쯤 2층에 있던 도모얀들이 올라왔다. 기다렸다는 듯이 우린 토너먼트로 게임 룰을 변경했고, 탄성과 환호가 1시간쯤 이어졌다. 건물이 오래돼서 방음에 취약한데 주변에 사람이 있었다면 월드컵 경기라도 하고 있나?라는 의문을 품을 정도로 환호와 탄성이 들려왔다 


60만 원이 아깝지 않은 불필요한 요소

도모 전체 인원이 회식을 하면 적어도 100만 원 이상이 들어간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준비한들 이런 환호는 쉽게 얻을 수 없다. 하지만 탁구대 하나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본능에 가까운 즐거움을 본다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다. 함께 땀 흘리고, 눈빛으로 교감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프로젝트를 해 본 적이 있었나? 탁구 관련된 프로젝트를 따 오르는 말까지 들었다.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린 60만 원짜리 탁구대 하나로 이미 많은 걸 얻고 있다




* 오늘의 문제: 회사에 웃음이 사라져 간다?

* 오늘의 솔루션: 본능에 충실한 요소나 공간으로 해결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강팀 만들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