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결정은 우연의 연속 안에서 이어진다
재택 근무 초기 단계인 2020년 상반기
나는 직장인으로서 누릴 수 없었던 아침저녁 시간의 익숙하지 않은 여유에 혼란스러웠다. 코로나 유행으로 사적, 공적 약속이 없던 정체의 시기에 자연스럽게 새로운 루틴에 대한 욕망이 시작됐다. 2020년 7월은 재택 근무 환경, 부모님과 집을 합치는 이슈로 이사를 결정했던 시기다. 이사 후 새로운 동네에 적응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조깅을 시작했다. 집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4km, 오른쪽으로 4km, 전체 8km를 순환하며 "이 동네에는 이런 곳이 있구나, 여긴 언제 와 봐야지, 딸이랑 먹으러 와야지..." 등 동네를 알기에 충분한 선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염좌님이 내게 오셨다
안 했던 걸 무리해서 해서 그랬는지 발목에 이상이 있다는 걸 느꼈다. 객기 어린 치유력을 믿고 며칠 조깅을 강행하다 더욱 심해지는 걸 느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쉬다 보니 내게 강제할 정도로 조깅의 흥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혼자 하는 운동은 의지가 중요한데 비가 오면 좋아하는 스스로에 환멸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운동을 안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잘 못하지만 해보고 싶었던, 어느 정도 강제할 수 있는 물리적, 심리적 강압(?)이 있는 운동을 찾았다. 집 근처 10분 거리에 갈 수 있는 장소. 골프장, 복싱장, 헬스장을 지나 그렇게 실내 테니스 장을 발견했다. 그리고 퇴근 후 나는 무언가 홀린 듯이 그곳에 들어갔다. 테니스라니... "부자들만 즐길 수 있다는 그 귀족 스포츠를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함께 상담을 받았다
운동을 했던 사람들도 쉽게 실력이 안 늘어나는 스포츠예요, 할 수 있겠어요?
역시 귀족 스포츠의 장벽이 느껴졌다. 등록하라는 말보다 도망가라는 말을 먼저 하다니... 인간은 쉽게 얻으면 쉽게 포기한다. 초반부터 결심을 흔들리게 하는 코치님 말에 당연한 듯 오기가 생겼다. "제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게 잘 포기 안 하는 겁니다" 30년을 넘게 살아오면 스스로 찾은 USP로 회답했다. "그럼 원하는 시간은 있어요?"라는 말에 아침 일찍이 좋다고. 오래 하려면 변수가 없어야 하는데 내 인생에서 변수 없는 시간은 이른 아침뿐이었다. 그렇게 2020년 8월, 화/목 7시부로 테니스와 첫 만남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