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문화지대

해밀턴 하우스

by 지구별 여행자

브리스톨 원도심 거리를 지니다 해밀턴 하우스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건물로 들어갔다. 1층 전시실에는 주민과 함께 만든 커뮤니티 디자인한 디자인이 전시되어 있다. 1층의 안내하는 청년이 반갑게 맞이한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더욱 반가운 기색이다. 그녀는 2018년에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한다. 어디에 갔냐고 하니 거창 국제연극제에 참석했다고 전한다. 거창에 방문했다는 말에 어휴 먼 곳인데 했더니 뭐가 먼가요라고 답한다. 유럽에서는 기본적으로 몇 시간 움직이는 건 기본이라는 이야기다. 순간 대한민국은 상대적으로 거리 개념이 유럽하고는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해밀턴 하우스의 방문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가 한 창일 때 풀뿌리 조직이 생겼다. 공존하다는 의미를 지닌 Coexist였다. Coexist는 10년 동안 해밀턴 하우스를 지속 가능한 문화지대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지역사회 활동을 시작했다. 해밀턴 하우스 공간을 Coexist가 운영하면서 커뮤니티 디자인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펼쳐나갔다. 이들의 목적은 간단했다. <또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라는 신념으로 브리스톨 사람을 위한 활동을 이어갔다. 그 결과 이들이 활동을 시작한 지 9년이 되던 2017년에 2,100 파운드가 넘는 매출과 1,260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Coexist는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정의, 웰빙, 지역 회복력 등 돈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Coexist가 활동해 온 10년의 세월을 뒤로 한채 2018년 12월에 퇴거명령을 받았다. 결국 퇴거 명령을 받은 Coexist는 떠나고 이들의 사업을 차용한 민간회사는 Coexist의 노력에 편승해 민간회사의 이익을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가 컸다. 민간회사가 동일한 서비스를 전달할 수 있지만, 지역사회의 편익에 전달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한쪽은 지역사회 주민을 고객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반면, 한쪽은 지역사회의 주민을 함께 할 동반자로 생각하는 과정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문화지대가 사라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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