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_공동체라는 또 하나의 자연>
<4장. 공동체라는 또 하나의 자연>
공동체 안에서
말없이 누군가와 함께 걷는 일은
가장 깊은 신뢰의 행위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같은 속도로 걷는다는 것.
말없이 리듬을 맞춘다는 것.
그건 오랜 시간 훈련된 배려이자
함께 있는 존재들만이 가능한 동행이다.
핀드혼의 침묵 산책에서는
누구도 길을 이끌지 않는다.
누구도 먼저 도착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걸으면서도,
서로의 고요에 귀 기울인다.
어느 날,
한 이웃과 함께 숲길을 걸었다.
우리는 단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지만,
돌을 피해 걷는 발의 위치,
나뭇가지에 반응하는 몸의 움직임,
숨을 고르는 리듬에서
서로가 나란히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함께 걷는다는 건
누군가의 안쪽으로
소리 없이 들어가는 일이다.
고요는 그 문을 여는 열쇠가 된다.
그렇게 걷다 보면
말 없이도 깊은 감정이 흐른다.
그리고 돌아서기 직전,
잠깐 마주친 눈빛에서
우리는 말한다.
“오늘, 우리는 함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