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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갈림길: 캐나다의 기후위기 대응

10_지금은 기후열파시대

by 지구별 여행자

10_지금은 기후열파시대


선택의 갈림길

캐나다의 기후위기 대응


“어떤 선택도 쉬운 해답이 아닐 때, 가치·이해관계·미래에 대한 책임 사이에서 신중하고 고통스러운 판단을 요구하는 상황”


2004년, 캐나다에 던져진 기후변화의 경고

2004년, 기후변화는 여전히 과학자들의 보고서 속에 머물러 있던 주제였다. 일반 시민의 일상 언어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고, 정책 의제에서도 후순위에 머물렀다. 그 시점에서 출간된 ≪Hard Choices: Climate Change in Canada≫는 기후변화가 먼 미래의 위험이 아닌, '지금 이곳' 캐나다가 직면한 당면 과제임을 선언한 문제작이었다.


이 책은 해럴드 코워드(Harold Coward)가 편집하고, 앤드루 J. 위버(Andrew J. Weaver), 제임스 P. 브루스(James P. Bruce), 스튜어트 J. 코언(Stewart J. Cohen) 등 캐나다를 대표하는 기후 과학자와 정책 전문가들이 참여해 공동 집필한 역작이다. 과학적 근거, 정책적 선택, 법적·경제적 책임, 그리고 시민사회의 역할까지 아우르며 기후변화를 총체적으로 분석한 이 책은 당시로서는 드물게 기후과학과 정책을 연결 지은 종합서로 평가받는다.


“기후변화의 과학”이라는 경고 — 앤드루 위버의 메시지

≪중대한 결정(Hard Choices)≫의 제2장 「기후변화의 과학(The Science of Climate Change)」은 세계적인 기후모델 전문가이자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공동 저자인 앤드루 위버(Andrew Weaver) 박사가 집필한 글이다. 그는 이 장을 통해 기후시스템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함께, 인간 활동이 기후변화를 어떻게 유발했는지를 명확히 설명한다.


위버는 우선 기후시스템은 일정한 물리 법칙에 따라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 변화의 핵심 동인은 다름 아닌 인간의 활동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온실가스의 대량 배출은 산업화 이후 기온 상승과 기상이변의 빈도를 높이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단지 이론적 가설이 아니라, 수많은 과학적 모델과 관측 결과를 통해 이미 충분히 입증된 과학적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캐나다의 지리적 특수성 또한 지적한다. 고위도에 위치한 캐나다는 지구 평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기후변화를 체감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영향은 북부 생태계, 수자원, 농업, 인프라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캐나다는 기후변화의 ‘피해자’인 동시에, 책임 있는 대응 주체로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위버는 다음과 같은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기후변화 대응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다.” 과학적 지식은 이미 충분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치적 결단과 시민의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과학자가 정책 입안자와 시민사회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와 요청을 담고 있다.


캐나다의 기후변화 양상 — 2004년 당시의 분석

책이 출간된 2004년 시점에서 저자들이 제시한 캐나다의 기후변화 실상은 매우 심각했다. 1950년대 이후 캐나다 평균기온은 약 1.0~1.5°C 상승했다는 초기 분석이 존재했다. 특히 북부 지역은 지구 평균보다 2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 중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기온 상승과 강수량 변화는 생태계 뿐만 아니라 농업, 산림, 인프라, 보건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고 있었으며, 기상이변(홍수, 가뭄, 폭염 등)의 빈도 또한 증가 추세였다. 이산화탄소(CO₂) 등 온실가스의 배출 증가는 캐나다의 산업 구조 및 소비패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에 따른 정책 변화의 필요성이 절실히 제기되었다.


캐나다, 지구 평균보다 두 배 빠른 온난화

캐나다는 북반구 고위도에 위치한 국가로서, 지구 평균보다 약 두 배 빠른 속도로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 실제로 지난 70여 년간의 관측자료에 따르면, 1950년 이후 캐나다의 평균 기온은 약 1.7℃ 상승하였으며, 북부지역에서는 2배 이상 빠른 온난화가 감지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적인 기후 패턴을 왜곡하며, 생태계, 도시 인프라, 농업 기반, 원주민 삶에 복합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극 해빙의 급격한 감소>

캐나다 북극은 세계에서 해빙 감소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 중 하나이다. 위성 관측이 시작된 1979년 이후, 여름철 북극 해빙 면적은 40% 이상 감소하였고, 안정적인 다년빙은 75% 이상 사라졌다. 이로 인해 해양 생태계가 붕괴 위기에 처했으며, 북극곰·물범·바다코끼리 등 해빙에 의존하는 생물종은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이누이트 공동체의 전통적 생계 방식과 이동 경로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냥과 썰매 이동 중 사고 발생률은 과거보다 2~3배 증가하였으며,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사회적 정체성의 위기로 이어진다.


<강수 패턴의 변화와 수자원 위기>

캐나다 전역에서 강수 양상이 지역마다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서부 캐나다에서는 겨울철 강설량이 1950년대 대비 12~20% 증가했고, 봄철 해빙 시기는 2~3주 앞당겨졌다. 이는 봄철 홍수 가능성을 높이고, 여름철에는 물 부족을 초래하는 시기 불일치 문제를 발생시킨다. 또한 여름철 건조일수는 5~10일 이상 증가, 산불 위험성이 높아졌다.


동부 캐나다에서는 집중호우가 급증하고 있다. 극한강수(일 강수량 50mm 이상) 빈도는 1950년대보다 2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몬트리올과 같은 도시는 100년 빈도 홍수가 20년마다 발생하는 등 도시 인프라가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세인트로렌스강 유역의 봄철 수위는 최근 20년간 15% 이상 상승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매년 약 10억 캐나다달러의 피해를 발생시키며, 도시 배수 시스템, 농업 생산성, 수자원 공급 안정성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소에 심각한 불안정성을 초래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식>

해수면 상승은 캐나다의 해안 지역에 점진적으로 구조적 위협이 되고 있다. 대서양 연안에서는 지난 한 세기 동안 평균 30cm 해수면 상승이 관측되었고, 태평양 연안에서는 연평균 3.5mm의 상승률을 보인다. IPCC 예측에 따르면, 2100년까지 최대 1m 상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노바스코샤는 연간 1~2m씩 해안선이 후퇴 중이며,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PEI)는 2100년까지 전체 토지의 1.2%가 침식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극 연안은 해빙 감소로 인해 파랑 에너지에 노출되면서 침식 속도가 2배 이상 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핼리팩스, 밴쿠버, 샬럿타운 등 해안 도시들은 배수 시스템, 항만, 도로 등 주요 기반 시설을 재설계해야 하며, 관련 투자 규모는 약 150억 캐나다달러로 추산된다.


<농업 시스템의 구조적 위기>

기후변화는 캐나다 농업의 중심지인 프레리 지역(알버타, 서스캐처원, 매니토바)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해당 지역의 평균 기온은 지난 60년간 1.7℃ 이상 상승하였으며, 여름철 고온일수 증가는 밀·보리 등 곡물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기온 상승 시 곡물 생산성은 5~15% 감소할 수 있다.


또한 병해충의 북상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멸강나방, 줄무늬 녹병 등 과거보다 북쪽 지역에서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면서 방제 비용과 농약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한편, 재배지역이 북쪽으로 연 20~40km씩 확장되고 있지만, 토양, 일조량, 인프라 등의 조건 부족으로 전환 성공률은 30% 미만에 그친다.


기후 불안정성으로 인해 농업 보험료가 상승하고 있으며, 2017년 서부 가뭄에 따른 직접 피해 규모는 28억 캐나다달러에 달하였다.


수치로 드러난 위기, 선택 아닌 필수의 전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캐나다는 북극과 같은 생태계 최전선뿐만 아니라 도시, 농촌, 해안, 내륙을 막론하고 전면적인 기후변화의 영향권에 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수치와 시계열 자료는 ‘기후위기’가 더 이상 미래의 우려가 아닌, 현재 진행 중인 불균형적 위기임을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탄소 감축과 같은 완화 전략만이 아니라, 지역 맞춤형 적응 전략, 사회적 회복력 강화, 공동체 기반의 대응, 생태계 보전 정책이 종합적으로 작동하는 전환이 요구된다. 이 모든 전략은 과학적 근거와 시민적 연대를 바탕으로 해야 하며, ≪중대한 결정(Hard Choices)≫은 이러한 전환을 위한 방향과 경고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영역 / 핵심 변화량 / 예측 및 영향
해빙 감소 / 여름철 북극 해빙 40% 감소 / 생태계 붕괴, 이누이트 문화 위기
강수 변화 / 극한강수 2배 증가 / 도시 침수, 농업 생산 불안정
해수면 상승 / 해안 지역 연 3.5mm 상승 / 침식 가속화, 해안 도시 기반시설 재설계 필요
농업 피해 / 서부 지역 작물 수확 5~15% 감소 / 곡물 수급 불안정, 보험료 증가


2004년의 선택은 오늘의 현실이 되었다

오늘의 현실을 다룬 ≪중대한 결정(Hard Choices)≫은 당시 캐나다가 직면한 기후정책의 갈림길을 의미한다. “변화를 위한 실천적 선택을 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가 감당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경고는 20년이 지난 오늘날,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저자는 단지 기후과학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 법률, 경제, 시민사회가 함께 ‘결단’을 내려야 할 역사적 순간임을 강조한다. 이는 당시로서는 매우 선구적이며, 후속 정책 논의에 지대한 영향을 준 기초 문헌으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중대한 결정(Hard Choices)≫은 정책 대응의 지체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생생히 보여주는 경고문서로서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2004년이라는 시점에서 이미 기후변화의 과학적 원인과 그로 인한 사회적 영향을 명확히 제시하며, 정치적·시민적 결단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었으나, 이후 수년간 실질적인 대응은 지체되었고, 그 결과 기후위기는 더욱 심화되었다. 이는 당시에 제기된 경고가 결코 과장된 우려가 아니었음을 뒷받침한다.


오늘날의 ‘기후위기’ 담론은 감정적 호소나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과거의 과학적 예측과 경고로부터 축적되고 발전해온 결과임을 확인할 수 있다. 기후모델링, 온실가스 배출 증가, 고위도 지역의 온난화 가속화 등 현재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당시에도 이미 제기되었던 논의였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과학적 정합성과 정책적 타당성은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캐나다의 기후정책을 평가하고 미래 행동 전략을 설계하는 데 필요한 초기 기준선(Baseline)을 제공하는 자료로서도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2004년 당시의 온실가스 배출 수준, 정책 논의의 범위, 시민사회의 인식 등은 현재의 기후 정책을 점검하고 미래 전환을 구상하는 데 있어 비교 가능한 기준틀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간극을 확인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가늠할 수 있다.


≪중대한 결정(Hard Choices)≫은 ‘그때 했어야 했던 선택’이 무엇이었는지를 되묻는 동시에, 지금이라도 새로운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는 교훈을 전달한다.




<참고문헌>


Harold Coward & Andrew J. Weaver(2004), ≪Hard Choices: Climate Change in Canada≫, Wilfrid Laurier University Press

IPCC Third Assessment Report (TAR), 2001

IPCC Sixth Assessment Report (AR6), 2021

Bush, E., & Lemmen, D. S. ≪Canada's Changing Climate Report≫ (CCCR 2019)

Bush, E. & Lemmen, D.S. (eds). (2019). Canada’s Changing Climate Report. Government of Canada.

Weaver, A. J. (2004). “The Science of Climate Change.” In Hard Choices: Climate Change in Canada.

Cohen, S., Bruce, J.P. (2004). “Impacts of Climate Change in Canada.” In Hard Choices.

Warren, F. J., & Lemmen, D. S. (2014). Canada in a Changing Climate: Sector Perspectives on Impacts and Adaptation. Ottawa: Natural Resources Canada.

Lemmen, D. S., & Warren, F. J. (Eds.). (2008). From Impacts to Adaptation: Canada in a Changing Climate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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