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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의 거울, 스발바르 제도: 기후위기의 전초기지

11_지금은 기후열파시대

by 지구별 여행자

11_지금은 기후열파시대



북극의 거울,

스발바르 제도

기후위기의 전초기지



열의 시대를 먼저 맞이한 곳, 스발바르

스발바르(Svalbard) 제도는 북극권 내에 위치한 노르웨이령 군도로, 북위 74도에서 81도 사이에 걸쳐 있으며, 노르웨이 본토로부터 약 1,000킬로미터 북쪽에 자리하고 있다. 이 군도는 세계에서 가장 북쪽에 영구적인 거주지가 형성된 지역으로, 그 중심지는 롱이어비엔(Longyearbyen)이다. 롱이어비엔은 소규모 인구가 거주하는 마을이지만, 북극 탐사기지와 과학 연구소들이 밀집해 있으며, 특히 전 세계 식물 유전자원의 안전한 보존을 위해 설계된 국제종자저장고(Global Seed Vault)가 위치한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스발바르는 지리적으로 북극해와 대서양이 만나는 접점에 위치해 있어, 해양과 대기의 흐름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은 스발바르를 북극 기후 변화의 핵심 관측 지대로 만들며, 대기·해류 시스템 변화에 따른 초기 징후를 감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태적으로도 스발바르는 극지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평가된다. 빙하, 영구동토층, 해양 생태계가 공존하는 독특한 환경 속에서 북극곰, 순록, 바다표범, 북극여우 등 다양한 극지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는 스발바르가 단순히 연구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극한의 환경 속에서 공존하는 하나의 생태적 실험장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스발바르는 기후변화의 조기경보시스템으로 기능한다. 이 지역은 지구 평균보다 2∼6배 빠르게 온도가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지구 전체 기후체계의 불안정성과 비선형적인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해석된다. 스발바르에서 나타나는 기온 상승, 빙하 후퇴, 영구동토 해빙 등의 현상은 기후열파시대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향후 전 지구적 기후위기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 핵심적인 지표 역할을 한다.


스발바르의 경고

기후열파시대의 본질은 단순한 평균 기온 상승에 있지 않다. 이 시대의 핵심은 극단적인 열 파동(heatwave)이 점점 더 자주, 더 강력하게, 더 넓은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러한 변화는 느리고 점진적인 곡선이 아니라, 돌연하고 가속적인 기후의 비선형적 변화로 나타나며, 그 가장 예민한 현장 중 하나가 바로 스발바르(Svalbard)이다.


스발바르의 기온 상승 속도는 전 세계 평균보다 훨씬 가파르다. 과학자들은 이 지역의 연간 평균 기온 상승 속도를 지구 평균의 2배에서 6배에 달한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NASA의 위성 관측에 따르면 2024년 여름(7∼8월) 동안 스발바르의 기온은 평년보다 +4°C 이상 상승하였다. 이는 단지 계절적 이례 현상이 아니라, 기후 시스템의 구조적 전환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데이터이다.


이와 함께, 빙하의 후퇴 속도는 기후열파시대의 또 다른 가시적 지표로 제시된다. 대표적인 사례인 블롬스트란드브렌(Blomstrandbreen)을 포함한 스발바르의 주요 빙하들은 1900년대 초반에 비해 수 킬로미터 후퇴했으며, 1960년 이후만 해도 연평균 35미터 이상의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


과학적 예측에 따르면, 스발바르의 일부 빙하는 2100년까지 현재보다 2배 빠른 속도로 후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지 더운 북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 시스템이 되돌릴 수 없는 임계점(tipping point)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이러한 수치와 예측은 북극권에서 진행 중인 열파가 급격하며 비가역적(돌이킬 수 없는)이라는 특성을 지닌다는 사실을 분명히 드러낸다. 스발바르는 지금, 지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열파시대의 조기 경보 시스템으로 기능하고 있다.


사진으로 드러난 열의 충격

기후열파시대의 현실은 통계와 그래프를 넘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풍경의 붕괴로도 드러나고 있다. 그린피스(Greenpeace)와 사진작가 크리스티안 오슬룬드(Christian Åslund)는 이러한 변화의 단면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시각 자료를 통해, 지난 100년간 북극에서 일어난 거대한 전환을 한눈에 보여준다.


이들은 1918년과 1939년에 촬영된 스발바르 지역의 빙하 사진과, 2002년 및 2024년에 동일한 위치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 콩스피오르덴(Kongsfjorden) 일대의 크로노브린(Kronobreen), 콩스브린(Kongsbreen), 콩스베겐(Kongsvegen)과 같은 주요 빙하들이 거의 완전히 소실된 상태임이 확인되었다. 한 세기 전에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해안선 위까지 밀려오고 있었지만, 이제 그 자리에는 벌거벗은 암석과 고요한 바닷물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과거에 흘러내리던 빙하는 사라졌고, 바다 위에는 빙산조차 거의 보이지 않는 황량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러한 시각 자료는 단순히 '풍경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기후열파시대가 이론적 담론이 아닌, 이미 실재하는 시간 속에서 펼쳐지고 있는 풍경임을 증명한다.


100년 전 흰 빙하로 가득 찬 사진과, 오늘날의 텅 빈 바다와 검은 바위는, 인류가 만든 열의 시대가 자연을 어떻게 다시 그려놓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기록이다. 스발바르에서 관찰되는 이러한 시각적 충격은,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지구적 전환이 단지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몸과 눈으로 느끼게 하는 강력한 증언이다.



비교 연도 / 관측 대상 빙하 / 변화 내용
1918년 → 2024년 / Blomstrandbreen / 해안선이 수백 m 후퇴, 빙하 대부분 소실
1936년 → 2024년 / Smeerenburgbreen / 빙붕이 사라지고 암석과 수면만 남음
1949년 → 2024년 / Kongsbreen / 빙하 단면 절벽이 평지화, 해빙 속도 가속화


그린피스_스발바르.jpg

출처 : https://www.greenpeace.org/aotearoa/press-release/shocking-new-images-illustrate-arctic-glaciers-retreat-in-last-century/


피드백 루프와 생태계 붕괴

스발바르에서 나타나는 기후열파는 단지 일시적인 이상기후가 아니다. 그것은 한 번 발생하면 자기강화적인 경로로 가속되는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 구조를 띠고 있다. 열파는 더 많은 열을 저장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다시 새로운 열파가 유발되며, 이러한 순환은 기후 시스템의 안정을 무너뜨리는 비가역적 전환을 가속화한다.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빙–알베도 피드백(Ice–Albedo Feedback)이다. 스발바르의 빙하가 녹으면, 원래는 햇빛을 반사하던 흰 얼음 대신 어두운 바위나 바닷물이 드러나게 된다. 이 어두운 표면은 훨씬 더 많은 태양열을 흡수하면서 지역 기온을 빠르게 높이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빙하를 녹이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이 메커니즘은 열파의 지역적 강도를 증폭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또한, 지면 아래 수천 년간 얼어 있던 영구동토층(permafrost)이 해빙되면서, 그 속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대기로 방출된다. 특히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5배 이상 강력한 온실가스로, 이 가스들이 대기 중에 축적되면 열이 지구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더욱 방해하며, 대기의 열 정체 현상을 심화시킨다. 이는 지구 전체가 마치 ‘덮인 뚜껑’ 아래 갇힌 것처럼, 빠르게 데워지는 기후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기온 상승은 곧바로 해양 팽창과 극지 빙하 융해를 불러오며, 전 지구 해수면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방글라데시, 몰디브, 인도네시아와 같은 저지대 해안국가들은 직접적인 침수와 생존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스발바르의 해빙은 물리적으로는 북극에서 일어나지만, 그 파장은 지구 남반구에까지 도달하는 지구적 기후 충격으로 확산된다.


더불어, 열파가 가장 먼저 타격을 가하는 영역 중 하나는 생물다양성이다. 북극곰, 순록, 바다표범, 북극여우와 같은 극지 동물들은 자신들의 서식지였던 빙하, 해빙 지대, 해안 생태계를 점점 잃고 있으며, 이들 생물은 먹이사슬 전체의 붕괴와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바다 얼음에 의존하는 해양 생태계는 북극 열파의 직격탄을 맞으며, 기후 변화의 가장 취약한 고리로 드러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기후열파가 단순한 ‘더위’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 시스템 전반의 구조를 바꾸는 시스템적 전환(systemic shift)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스발바르에서 나타나는 열파와 그 피드백은 지구적 규모의 생태·사회적 충격을 동반하며, 인간 문명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다시 질문하게 만든다.


경고와 대응: 스발바르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스발바르에서 나타나는 기후 변화는 더 이상 미래에 대한 경고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 눈앞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실의 풍경이다. 그린피스(Greenpeace)는 이를 두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것은 경고가 아니라 현실이다.”


이 지역에서 수집된 시각 자료와 과학적 데이터는 그 어떤 정치적 수사보다도 분명하게 기후열파시대에 진입한 지구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과거의 빙하와 현재의 바위, 예전의 해빙과 지금의 침묵은, ‘더운 지구’가 상상 속 가능성이 아니라 거스를 수 없는 현재임을 웅변한다.


《The Guardian》 역시 스발바르의 변화를 단지 북극이라는 외딴 지역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구 곳곳에서 벌어질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장소라고 강조한다. 그 분석에 따르면, 일부 빙하들은 이미 온실가스 감축 여부와 상관없이 되돌릴 수 없는 지점(tipping point)에 도달했으며, 이는 곧 지구적 대응의 시계가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돌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 스발바르가 남긴 메시지를 외면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방기이며, 그 결과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되돌아올 것이다. 전환은 먼 미래의 과제가 아니라, 오늘 시작해야 할 생존의 실천이다.


스발바르는 묻고 있다.


“당신들은 나의 붕괴를 보며, 여전히 기다릴 것인가?”


이 질문은 북극의 차가운 땅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국 우리의 도시와 농촌, 해안과 숲, 마음과 공동체로 이어지고 있다. 이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 곧, 기후열파시대의 윤리와 정치를 결정할 것이다.



<참고문헌>


《The Guardian》의 “Svalbard: the Arctic islands where we can see the future of global heating(스발바르: 지구 온난화의 미래를 볼 수 있는 북극 섬들)” (2023년 5월 13일)

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23/may/13/svalbard-the-arctic-islands-where-we-can-see-the-future-of-global-heating



Greenpeace Aotearoa의 “Shocking new images illustrate Arctic glaciers' retreat in last century(충격적인 새로운 이미지가 지난 세기 북극 빙하 후퇴를 보여준다)” (2024년 6월/11월)

https://www.greenpeace.org/aotearoa/press-release/shocking-new-images-illustrate-arctic-glaciers-retreat-in-last-cent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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