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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다가온 재난 시나리오

13_지금은 기후열파시대

by 지구별 여행자

13_지금은 기후열파시대



한반도에 다가온

재난 시나리오



2030년 한반도 침수 시나리오

그린피스는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예상되는 해수면 상승과 초강력 태풍의 동시 발생을 가정하여, 2030년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침수 피해를 시각화한 시뮬레이션을 공개하였다. 이 시뮬레이션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과학적 기후 예측과 미국의 비영리 기후과학 기관인 기후센터(Climate Central)의 데이터에 기반하여 구축된 것이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토의 약 5%에 해당하는 면적이 침수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로 인해 약 332만 명 이상의 인구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해안가 저지대뿐 아니라 주요 도시와 산업시설, 공항, 항만 등 국가 기반 인프라까지 침수 위험에 포함된다는 의미이다.


이와 같은 시나리오는 단지 비극적인 미래를 상상한 결과물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현실 가능성이 높은 경고 시나리오로 해석된다. 기후변화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사는 공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긴박한 문제임을 보여주는 과학적 지도로서 의미를 갖는다.


침수 리스크의 지리적 불균형

그린피스의 시뮬레이션은 전국 17개 광역지자체별로 예상 침수 인구와 침수 면적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공하고 있다. 이 자료는 단순한 수치 비교를 넘어서, 기후위기가 초래할 지역 간 피해 격차를 실질적으로 드러낸다. 우선 침수 인구 기준으로 보면, 경기도가 약 130만 명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어서 인천광역시 약 75만 명, 서울특별시 약 34만 명, 전라북도 약 31만 명 순으로 확인된다. 이들 지역은 인구 밀집도가 높고, 저지대 주거지가 넓게 분포해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한편, 침수 면적 기준으로는 전라남도가 약 1,529㎢로 가장 넓은 침수 예상 지역을 포함하고 있으며, 충청남도가 약 1,409㎢, 전라북도가 약 1,176㎢로 그 뒤를 잇는다. 이러한 수치는 서해안 저지대와 농경지 중심 지역이 광범위한 침수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통계는 단순한 지역적 차이를 넘어서, 대한민국의 수도권 및 서해안 지역이 지리적·사회경제적 구조상 기후위기에 매우 취약한 기반 위에 놓여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저소득층 거주지, 노후 주택 밀집 지역, 농업 기반 지역은 대응 역량이 낮기 때문에, 침수 리스크와 사회적 취약성이 중첩되는 구조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후위기 대응 전략은 피해가 집중될 지역을 중심으로 선별적이고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계획해야 한다.


연도별·감축 시나리오별 비교

그린피스의 침수 시뮬레이션은 2030년과 2070년 두 시점을 기준으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의 유무가 침수 피해 규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비교 분석하고 있다. 이 분석은 단기적 대응과 장기적 구조전환 사이의 효과 차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우선 2030년의 경우, 온실가스를 감축한 시나리오와 그렇지 않은 시나리오 사이의 침수 피해 규모에는 거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이미 대기 중에 축적된 온실가스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지금 당장 감축 노력을 시작하더라도 단기간 안에 침수 위험을 현저히 줄이기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단기적인 정책 변화만으로는 이미 설정된 기후의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후 대응의 시차(delay effect) 문제를 잘 보여준다.


반면, 2070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감축 시나리오(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C 이내로 억제하는 목표)와 감축이 없는 시나리오(3~4°C까지 상승)의 결과가 점차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다. 감축을 실행한 경우 침수 면적과 영향 범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지만, 감축 없이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지속될 경우에는 피해 규모가 점차 확대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 차이 또한 극적인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아, 여전히 침수 리스크는 상당 부분 지속되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결과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 단기적 조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장기적인 시야에서 구조적 전환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다. 즉, 지금 당장의 감축 정책은 장래에 미치는 효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현재 이미 진행 중인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적응 전략(adaptation) 역시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책과 사회적 시스템이 시간의 지평선과 구조 전환의 깊이를 동시에 고려해야 함을 보여주는 핵심적 메시지이다.


시뮬레이션이 던지는 세 가지 핵심 통찰

그린피스의 침수 시뮬레이션은 단순히 시각적 경고에 그치지 않는다. 이 자료는 기후위기의 현실성과 구조적 불평등, 그리고 대응의 긴박함을 동시에 드러내는 다층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 핵심 통찰은 다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기후위기의 현장화: 추상적 위협에서 일상의 리스크로

이 시뮬레이션이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점은 바로 기후위기를 '수치나 온도 상승률'이 아니라 '우리 동네, 우리 거리, 내 집 앞 도로'의 문제로 전환시킨다는 데 있다. 서울 송파구, 인천공항, 부산 해운대 등 실명된 지명과 실제 시설을 기반으로 한 침수 장면은 시민들에게 기후위기의 추상성을 깨고, 그것이 바로 자신의 삶터에 닥칠 수 있는 실질적 위기라는 ‘현장감 있는 인식 전환’을 일으킨다.


둘째, 예방 가능성과 비가역성의 긴장: 대응은 늦었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시뮬레이션은 한편으로는 일부 피해는 이미 피할 수 없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30년까지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 여부와 관계없이 침수 범위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이미 대기 중에 축적된 온실가스가 가져올 피해는 불가역적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동시에 2070년을 기준으로 보면 감축 여부에 따라 피해 범위의 차이가 점차 확대되는 것이 확인된다. 이는 지금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피해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시 말해, 지금은 비가역적 현실과 예방 가능한 미래 사이의 긴장선 위에 서 있는 시기이다.


섯째, 정의로운 전환의 필요성: 기후위기와 불평등은 중첩된다

침수 시나리오에서 피해가 집중되는 지역은 대개 해안가 저지대, 하천 주변, 도시 외곽 지역이다. 이 지역들은 사회적 약자가 밀집되어 거주하고 있는 곳이며, 복구 능력이나 예방 인프라가 취약한 경우가 많다. 기후위기는 단지 자연재해가 아니라,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가시화하고 심화시키는 구조적 재난이다. 따라서 단순한 기술적 대응을 넘어서, ‘누가 더 위험한가’, ‘누가 더 보호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정의의 원칙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기후정의와 지역 기반의 대응 전략, 즉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대응의 핵심이다.


이처럼 그린피스의 시뮬레이션은 단순한 시각화 자료를 넘어, 기후위기를 현실화하고, 불평등을 드러내며, 대응의 윤리적 방향까지 제시하는 통합적 도구로 기능한다. 그것은 시민의 감수성을 일깨우는 동시에, 정책결정자들에게는 구조적 전환의 필요성을 강하게 환기시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참고문헌>


“우리 동네는 홍수 피해로부터 안전할까?” 그린피스, 2030 한반도 대홍수 시뮬레이션 웹 페이지 공개

https://www.greenpeace.org/korea/update/14990/blog-ce-flood-web-page/?utm_source=chatgpt.com

2030 한반도 대홍수 시나리오… 지금은 기후비상사태 https://youtu.be/PUZLIPM6cQ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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