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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꿈의 시작

운조루 기단

by 지구별 여행자

빗물이 집으로 올라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구조물이 기단이다. 묵은 세월을 말하듯 삐걱거리는 솟을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운조루 사랑채 앞마당에 서게 된다. 그 마당 위에 사랑채로 연결되는 자연석으로 쌓은 기단이 있다. 자연석으로 자연스럽게 쌓은 기단이 제법 높은 편이다. 높은 기단은 사랑채의 위용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정교하게 다듬어진 기단일수록 그 위용이 더할 수 있다. 운조루는 그 위용을 덜어내기 위해 자연스러움을 선택한 듯하다. 높은 기단을 오르기 위해서는 계단을 두게 되는데, 운조루 역시 계단을 두었다.


정교하게 가공되지 않은 기단, 그 투박함이 200여 년이 넘는 시간의 멋스러움을 더한다. 기단은 빗물이 집으로 올라오는 것을 방지하기 역할을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마당에서 보면 아래에서 위로 보는 형상을 하고 있어 높은 기단의 한옥은 더 품위 있고 기개 있게 보이게 된다. 운조루의 기단도 고택의 품위를 더하기에 충분하게 높다. 운조루의 기단은 일반적인 고택이나 궁궐건축처럼 꽃 모양을 조각하거나 고급스럽게 판석을 하는 등의 화려함에 집중하지 않았다. 기단으로 오르는 계단 역시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있다. 운조루를 시작은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으로 자신들의 살집을 자리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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