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라디오가 어떤 매체인지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않다. 2005년 공동체라디오 시범사업이 시작된지 결코 짧지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쉽지않은 일이다. 시범사업이 시작된 후 17년만인 2021년에서야 공동체라디오 신규허가가 진행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적 관심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공동체라디오를 단지 '작은' 라디오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동체라디오는 기존 라디오와는 모든 것에서 완벽하게 차별적인 '제3의 매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라디오에서 단지 전파를 이용해 소리를 전달한다는 기술적인 형식만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동체라디오는 형식과 내용에서 기존 라디오와는 완전히 다른 매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동체라디오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공동체라디오의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어떤 특징이 있는 지 알아보겠다. 공동체라디오의 형식은 대체로 '작다'라는 특징을 보여주고, 내용에서는 '다르다'라는 특징을 보여준다.
1) 공동체라디오는 작다
(1) 공동체라디오는 '출력'이 작다
공동체라디오의 가장 큰 특징은 출력이 작다는 것이다. 시범사업이 시작된 2005년부터 출력 1와트(W)를 허가받아 사용해왔다. 그 이후 줄기차게 출력증강을 요구해오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20년에서야 기존 7개 공동체라디오 중 마포FM, 광주북구FM은 출력 3와트로 증강되었고, 나머지 공동체라디오는 10와트를 허가 받았다. 마포FM과 광주북구FM의 출력증강이 단지 3와트로 그친 것은 주파수가 다른 지역으로 넘어간다는 이유에서이다. 마포의 경우 10와트를 허용했을 경우 주파수가 마포를 너머 영등포구에서도 방송을 청취할 수 있기 때문에 3와트 이상은 출력증강이 안된다는 것이다. 주파수에 눈이 달린 것이 아니니 전파가 허가받은 방송권역을 넘어가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다. 최대한 방송권역을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공동체라디오의 경우 방송권역이 기초지자체 단위이다 보니 방송권역이 매우 좁다보니 주파수가 넘어가는 것을 막기는 기술적으로도 무척 어려운 일이다. 불가피하게 주파수가 넘어가는 경우라도 영등포구에 불이익이 없다면 허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설혹 넘어간다할지라도 영등포구에서 마포FM을 들을 일은 많지않을 것이다. 자기 지역 얘기도 안나오고, 자기 지역 사람도 안나오는데 마포FM을 들을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포FM은 출력 3와트로 출력증강되는데 그쳤다. 광주북구FM이 3와트가 된 이유도 대동소이하다. 다른 공동체라디오는 모두 10와트로 출력증강되었다. 2021년 신규로 허가된 공동체라디오는 10와트로 허가되었다. 공동체라디오 출력이 10와트 이하로 정해지는 이유는 방송법 2조 3호 마에서 공동체라디오방송사업자를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안테나 공급전력 10와트 이하로 공익목적으로 방송하기 위해 허가받은 자'로 정하고 있다. '출력 10와트 이하'라는 문구는 2006년 10월 방송법에 공동체라디오 도입 근거조항을 마련하면서 들어갔다. 당시 시범사업자들은 이 문구가 들어가는 것을 반대했다. 나중에 출력증강이 필요할 때 발목을 잡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당시에 법개정 작업을 추진했던 천영세의원실이 이를 무시하고 문구를 포함시켰다. 사실 무시했다기 보다는 '사업자'로 평가절하하며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법을 만든 의원실에서 조차 공동체라디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닺니 '방송사업자'에 불과한 '이해당사자'라고 평가했던 것이다. 당시 천영세의원실에선 나중에 출력증강이 필요하면 '10와트'라는 문구를 고치면 되니 문제가 없다는 자세였다. 하지만 이 문구는 두고두고 공동체라디오의 출력증강을 어렵게 만드는 독소조항으로 남게 되었다.
관악산에 송신소를 두고 있는 KBS나 MBC 같은 큰 방송의 FM라디오는 중부지방까지 방송권역을 두고 있어 대부분 출력을 20~30kW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CBS나 교통방송 같은 중간 규모의 방송도 경기 이남까지를 방송권역으로 하고 있어 출력 3~10kW를 사용하고 있다. 기존 라디오방송의 음영지역을 줄이기 위해 허가하는 중계소의 출력도 작게는 100W에서 1~2kW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비하면 공동체라디오의 출력은 절대적으로 작다. 출력은 대개 빛의 세기로 얘기할 수 있는데 KBS와 MBC가 태양이라면 공동체라디오는 촛불 정도라고 얘기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공동체라디오의 출력이 이렇게 작은 이유는 공동체라디오의 출력과 관련된 기술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기존 방송은 출력을 허가할 때 '방송권역 안에 적어도 한 개의 광역지자체 일원에서 양호한 청취'가 가능하게 출력을 허용해주거나, 중간규모의 라디오의 경우 적어도 '한 개의 주요 도시 일원에서 양호한 청취'가 가능하도록 출력을 허가하도록 규정을 두고 있다. 여기에서 '일원'과 '양호한 청취'가 중요하다. '일원'과 '양호한 청취'란 허가받은 방송권역의 80%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일반 가정용라디오로 방송을 깨끗하게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를 충족하기 위해 허가받은 방송권역에 맞는 출력이 허가된다.
공동체라디오는 전국 일률적으로 10W 이하라는 출력으로 허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세계 공동체라디오 역사에서 공동체라디오가 15년 동안 1와트를 유지해온 경우는 없었다. 산악지역으로 둘러싸인 곳에서나 1와트를 사용했던 적은 있었지만 말이다. 부끄럽게도 세계공동체라디오의 역사에 깨지지않을 기록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
2021년 신규 공동체라디오를 허가하면서 방송법에서 정한 최대 출력 10W로 허가했다. 과기부는 출력 10와트로 충분히 방송권역을 커버한다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단지 시뮬레이션상으로만 확인했던 것이고 실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글쓴이의 생각이다. 공동체라디오 시범사업이 시작되고 예상과 달리 1W로는 방송권역이 1km~1.5km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범사업자들은 출력증강을 강하게 요구했다. 1W로 충분하다는 당시 정보통신부에 맞서 시범사업자들은 필트테스트를 요구했고, 결국 2006년 필드테스트를 위한 소출력라디오 기술정책연구반이 구성되었다. 시범사업자와 정통부, 학계와 방송전문가로 구성되어 5월에 첫 회의를 가졌다. 서너 차례 준비회의가 있은 이후 12월에 성남 분당FM과 공주 금강FM에서 필드테스트를 진행하였다. 분당FM은 전파환경이 좋지않다며 최대 3와트까지 단계적으로 테스트를 했고, 금강FM에선 최대 7와트까지 출력을 올려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금강FM의 경우 '방송권역은 10% 늘어나는 것에 그쳤고, 대신 청취권역에서 음영지역이 줄어들고 방송 음질이 향상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때문에 출력 10와트라 하더라도 방송권역이 크게 개선되진않았을 것이다.
공동체라디오방송을 운영하고 있는 많은 나라들의 공동체라디오는 대체적으로 100와트 이하의 출력을 사용하고 있다. 공동체라디오 허가를 내주기 전에 그 지역에서 공동체라디오를 운영하기에 가장 적합한 출력을 필드테스트를 통해 찾아내 허가를 해주는 방식이다. 물론 1와트 출력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대부분 도입 초기에 시험방송을 하면서 잠시 동안 사용하지만 정규사업이 시작되면서 곧 바로 출력을 높여서 허가를 해주고 있다. 가까운 일본도 공동체라디오가 도입된 1992년 잠시 0.5W의 출력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정규허가를 내주면서 이내 10W로 출력을 증강했다. 최근엔 30W의 출력으로 허가를 내주고 있고, 대부분의 많은 방송국들은 20W의 출력을 사용하고 있다. 호주와 같은 몇몇 나라에선 kW급의 출력을 사용하는 공동체라디오방송이 있기는 하지만 FM주파수가 아니고 AM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출력이 이렇게 낮다보니 공동체라디오를 초기엔 ‘소출력FM라디오’라 부르기도 하였다. 공동체라디오가 갖고 있는 기술적 특징 중 하나를 잡아낸 말로 기존의 ‘대출력FM라디오’에 대비하는 의미로 사용한 용어였다고 할 수 있다.
낮은 출력은 단지 출력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허가받은 방송권역에서마저도 방송이 들리지 않기 때문에 지역밀착이라는 공동체라디오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낮은 출력은 공동체라디오의 재정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낮은 청취률을 만드는 절대적인 원인이다. 여기에 더해 방송활동가들의 활동의지를 꺾어 방송활동을 조기에 중단하게 만들고, 지방자치정부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지역주민의 입장에서도 청취권역이 좁다보니 방송청취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공동체라디오가 갖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는 이 작은 출력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작은 출력은 공동체라디오의 가장 큰 특징이지만 현재의 낮은 출력은 우리나라 공동체라디오의 발전은 물론 존립 그 자체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지나치게 작다는 것이 문제이다. 빠르게 출력이 현실화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해외 공동체라디오들처럼 100W 이하의 범위에서 정해져야 한다. 모든 지역에 일률적으로 동일한 출력을 허가하기 보다는 '허가받은 기초지자체 일원에서 양호한 청취가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 지역의 80% 이상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일반 가정용라디오로 방송을 깨끗하게 청취할 수 있도록 필드테스트를 거쳐 적절한 출력을 허가해야 한다. 이때 일반라디오의 출력 허가에 적용되는 것처럼 적어도 1개 ‘기초지자체’와 '일원'이라는 규정을 공동체라디오 출력규정에 반드시 포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