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라디오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방송국이다. 기존 방송국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작지만, 지역의 마을공동체미디어에 비하면 큰 규모이기에 상대적이라고 표현했다. 우스개 소리이긴 하지만 마을공동체미디어 모임에 가면 '대기업 방송국 왔다'는 말을 건내기도 한다. 하지만 기존 방송국과는 비교할 정도가 아니다. 2015년 마포 상암동에 신사옥을 마련한 MBC는 연면적 4만 5천 여 평에 지상 14층, 지하 3층 규모이다. 축구경기장의 21개 규모이다. 여기에 비하면 공동체라디오는 정말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작은 규모이다. 마포FM은 스튜디오 2개와 사무공간, 그리고 2020년 어렵게 마련한 복합공간 모두를 합쳐 80평이 안된다. 전국 공동체라디오 중에서도 작은 규모가 아니다. 5~10평 정도 되는 스튜디오 2개와 10여 평 정도 되는 작은 사무공간, 회의공간과 공연이나 교육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이래봤자 큰 방송국의 스튜디오 하나 정도의 규모도 안되는 작은 수준이다.
공동체라디오의 규모가 이렇게 다른 지상파방송에 비해 작은 이유 중 하나는 방송제작진 대부분이 지역주민으로 자원활동 형태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하루, 그것도 2~3시간 정도만 방송국 시설을 이용하다보니 공간이 그리 넓을 필요가 없다. 이러니 규모가 작아도 운영이 가능한 것이다. 마포FM의 경우 방송활동가가 120여명이 된다. 이도 순수하게 제작진의 수만 그러하니 초대손님까지 합친다면 150여명이 훌쩍 넘는다. 공동체라디오 대부분이 비슷하다. 이 제작진이 늘 방송국에 있어야 한다면 상당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 방송제작이 있을 때만 방송국에 머무르게 되니 공간이나 장비를 상당히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상근 유급 직원도 평균 3~4명에 불과하니 사무공간이 넓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수입이 적기 때문이다. 수입이 적은 이유는 뒤에 자세히 얘기하기로 하고 넘어가자. 어쨌든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적절한 규모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어느 정도가 적절한 규모냐 하는 것은 방송국의 수입과 직결되는 문제이니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경영적인 측면에서 수입을 확대하기 위해 공간을 넓혀볼 수 있는데 큰 도전이라 할 수 있다. 마포FM의 경우 2020년 2월에 40평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을 열었는데 이 때문에 몇 년간 큰 어려움을 겪었다. 안정적인 재정수입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교육과 공연, 임대의 목적으로 공간을 새로 열었는데 2020년 3월 때마침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장미빛 계획이 악몽이 되어 버린 것이다. 마포FM이 투자라는 개념으로 시도한 규모 있는 첫 시도였는데 보기 좋게 실패한 것이다. 운이 좋지않았던 것도 한 몫 했지만 안정적인 수입이 뒷받침되지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도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방송국 규모가 작으니 스튜디오가 회의실이 되기도 하고 회의실이 강의공간이 되기도 한다. 공간에 여유가 없다보니 그때그때 비어 있는 공간을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규모가 작다보니 얼굴 맞댈 일도 많아지는 데 그렇다고 해서 친밀감이 깊어지는 건 또 아닌 듯 하다. 방송국에 여유 있게 쉴 공간이 없으니 방송을 마치면 방송활동가들은 주섬주섬 소지품을 챙겨 방송국을 빠져 나가야 한다. 방송국 상근활동가들은 늘 바쁘다. 방송제작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원사업 하랴, 지역과의 관계를 만드느랴 정신이 없다. 방송활동가들이 와도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눌 기회도 시간도 부족하다. 방송활동가들도 이를 알다보니 방송국에 오래 머무르지않는다. 일에 방해가 될 지도 모르고, 사실 공간도 마땅치 않다. 팀원들간의 회의나 친목을 다지기 위해선 방송국 주위의 식당이나 카페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팀원들 간의 관계는 깊어지고 넓어지지만 방송국 상근활동가와는 소원해지는 경우도 일어난다. 방송국은 단지 방송을 만드는 공간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공간이 넓다고 해서 이런 문제가 다 해결되진 않겠지만 여유가 된다면 회의실이나 휴게실 같은 공간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되면 여유 있게 방송국에 있으면서 더 많은 논의와 준비를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아, 그리고 한쪽 공간에 꼭 아이들 놀이터가 있으면 참 좋겠다. 공동체라디오방송은 예상컨대 주부들의 얼마나 참여하느냐가 성공을 가르는 열쇠가 될 수 있는데 아이들을 맡겨놓을 데가 없어 방송에 참여를 주저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작은 공간이라도 있으면 이런 주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더 욕심을 부려본다면 공개방송을 할 수 있는 마을카페 같은 공간도 있으면 좋겠다. 공동체라디오는 지역의 관계망 속에 있을 수 밖에 없고, 지역의 다양한 자원과 협력해서 방송국을 운영할 수 밖에 없다. 지역주민들과 지역의 다양한 곳과 교류를 하려면 이래저래 공개방송이나 토론회 같은 행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 때론 마을에서 필요로 하면 여러 행사를 위해 빌려도 주고. 하지만 이 모든 게 가능하려면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또 유지비용도 많이 소요된다. 비전을 세우기가 예측 가능한 상황이 되어야 하는 데 대부분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어느 정도의 규모가 적정한 지 가늠하기 쉽지않다. 결국 이를 위해선 공동체라디오를 둘러싼 환경과 제도가 지속가능한 구조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동체라디오의 규모가 갑자기 커지지는 않을 것이다. 작은 규모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성하고 운영할 수 있는 지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