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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plexArea Jul 27. 2017

[프로젝트] 밖-(살)갗

감각의 제국, 첫 번째 불가능한 요구

-()          


세계는 도처에 열린 입구이다. 그리고 모든 입구들은 몸에게로 접근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입구들의 몸이다.

     

입구는 접촉을 상징하므로 세계는 간극을 전제함으로써 성립한다. 접촉은 손아귀(concept)의 움켜쥠에도 떨어져나가는 잔여물, 그것은 손아귀 역시 몸일 뿐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고지한다. 두 개의 몸이 동시에 동일한 장소를 점유할 수 없듯이 발화-행위의 그 순간에 몸은, 스스로의 자리에서 벗어난다. 몸에로의 의지로써 세계는 몸 밖에 위치해 있지만 언제나 살갗에 맞닿은 ‘바깥’이다. 세계는 이러한 의미에서 무한한 입구들의 다발이며 우리가 찾고자 하는 것은 이 입구들의 몸이다.     


몸은 언제나 ‘출발’(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이다. 출발은 그가 있던 바로-지금에서 더 이상 머물러 있지 않음을 뜻한다. 몸은 출발의 도상에서 바로-지금마저 분절한다. 출발은 몸으로부터 몸, 그러므로 다시 몸은 몸으로부터 몸으로 출발한다. 그렇게 몸은 떨어져나가는 그곳에서 제 자리로 돌아온다. 떠나는 몸은 자신을 벌리면서 함께 거둬들인다. 그 순간 몸의 자리는 어디(로 향하는가)인가.

세계를 몸의 살갗에 맞닿은 바깥이라고 했다. 그리고 몸은 바깥의 몸으로 향하는 출발이다. 우리는 몸의 자리를 숙고할 때 양자를 모두 고려해야한다. 그곳은 바깥인 동시에 살갗인 ‘-’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감각의 제국]의 첫 번째 불가능한 요구(‘감각 연구 워크숍_섦’)의 의의를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보았듯이 세계는 몸에 의해 분절되면서도 그것으로 수렴된다. 오늘날 통치성 비판에서 권력을 보다 충분히 사유하기 위해 ‘몸’을 요청하듯 우리 또한 제국을 사유하기 위해 몸을 요청한다. ‘워크숍_섦’에서 요청하고 있는 몸에 대한 연구는 비판의 본령인 ‘다르게 생각하기’를 대입해보는 것이다.     


만약, 유동하는 몸을 통해 지금-여기의 낯섦의 끝을 좇을 수 있다면?

만약, 코드화에서 벗어난 사물을 조우했을 때 기존의 문법을 비틀 수만 있다면?     


몸의 지도를 작업한다는 것은 예견된 실패처럼 보인다. 끊임없이 분절되는 강도(감각의 정도)의 한계는 획정 지을 수 없다. 식민화된 몸에서 끊임없이 탈주하는 몸! 몸은 실패함에도 불구하고 출발이다. ‘워크숍_섦’은 이러한 유동하는 몸의 탈주를 연구한다. 밖-갗으로서의 몸을 요청함으로써 번득이는 바로-지금의 ‘생기(사건)’를 제 것으로 삼길 원한다.     


 「요한 시집」에는 어떤 미련한 토끼가 등장한다. 동굴에서 외부만 꿈꿔오던 토끼의 눈은 “자연의 태양 광선을 감당해 낼 수 없었던” 것이다. 외부로 머리를 내밀던 그 순간 그는 눈이 멀어버렸고 공포에 젖어 앞으로 나갈 수도, 그리고 그 외부로 향하는 문턱을 잃을까봐 집으로 되돌아가지도 못했다. 미련한 토끼는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그가 죽은 자리에서 버섯이 하나 자라났다. 훗날 많은 후예들이 ―“토끼뿐 아니라 나중에는 다람쥐라든지 노루, 여우 심지어는 곰, 호랑이 같은 것들도 덩달아”― 그 버섯에 ‘자유의 버섯’이란 이름을 붙이고 제사를 올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자유의 버섯’은 토끼의 주검, 바로 토끼의 살갗에서 자라나지 않았던가?


오늘날 우리들의 얼굴은 ‘자유의 버섯’을 향해 있다. 그리고 살갗에서 자라난 버섯을 보며 우리는 하나를 생각할 수 있다. -()에 자유가 있다!


 장용학의 「요한 시집」에서 나오는 토끼 우화를 말한다. 이 단편에 소설에 대한 간략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 작품은 토끼의 우화와 극한적인 상황에 처한 인간의 행동을 복합 플롯으로 엮어놓았다. 인간 존재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소설로, 우화와 현실의 상황을 오버랩시켜 놓은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토끼는 일상성 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 동굴의 바위틈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동굴을 벗어난다. 하지만 동굴에 오래 갇혀 있다 나온 까닭에 나오자마자 눈이 멀어 죽는다. 그리고 그의 후손은 그의 무덤에서 자라난 버섯을 자유의 버섯이라고 명명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요한 시집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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