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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plexArea Aug 05. 2017

[어떤 노트] 나쁜 년(비틀 撚)

프로젝트 '나쁜 뇬'에 대한 짧은 글

나쁜 년(비틀 )     


구원된 인류에게 비로소 그들의 거가 완전히 주어지게 된다. 이 말은 구원된 인류에게 비로소 그들의 과거의 매 순간순간이 인용 가능하게 될 거라는 뜻이다.
(발터 벤야민, 「역사개념에 대하여」, 『역사개념에 대하여 외』, 길, 332쪽)  

   


과거는 현재의 부름 앞에서만 그 목소리를 허락받을 수 있다. 어느 역사가의 유명한 테제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과거가 홀연히 혼자 서있는 모습은 오늘날 우리에게 하나의 환상처럼 보인다. 지금-여기의 우리만이 “침묵해버린 목소리들의 메아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침묵해버린 목소리는 이름 없는 자이기도 하다. 이들은 고유한 정체성을 부여받기보다 추방된 자, 부정을 저지른 자, 광기에 휩싸인 자, 쓸모없는 자, 부도덕한 자, 나쁜 년으로 호명된다. 그들의 고유성은 여전히 역사의 배면에 내려앉아 있다.


‘나쁜 년(撚)’은 이러한 역사의식에 기반하고 있다. “역사가 멈추지 않는 이상, 과거에 대한 최후의 발언”을 할 수 없으며 이들 위에 세워진 모든 망각의 기념비에 투쟁할 것을 목표로 한다. 카이사르의 개선행진은 땅에 깔린 자들의 몸 위를 짓밟으며 지나갔다. 그리고 평평히 다져진 로마제국의 도로 위에 장엄한 제국의 개선문이 세워진다. 이 문화재야말로, 아니 문화재라는 것이 이러한 승리의 기억임을 숙고한다면 바로 우리 옆에 망각의 기념비가 있는 것이다!     


“카르타고를 소생시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슬픔이 필요했는지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어떤 뛰어난 정치가가 나타나 이들에게 발언권을 주기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희망(행복)은 미래에서 도래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jetzt)’을 사유해야 한다. “과거 세대의 사람들과 우리 사이에는 은밀한 약속”이 있다. 어쩌면 우리는 과거의 그들이 기다렸을 어떤 사람이다. 모든 세대가 미약하게나마 이러한 역사적 힘을 주어져 있고, 이 힘을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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