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의 늪, 바닥의 얼굴

by 행동부자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특목고와 명문고 출신 동기들의 언어는 매끄럽고, 눈빛은 매서웠다. 발표는 유쾌했고 토론은 정교했다. ‘현안 분석’ 수업에서 나는 준비한 노트를 펼쳤다가 페이지를 덮었다. 내 문장은 정보는 있었지만 온도가 없었다. 영어로 하는 원어민 수업 시간에 동기들은 유창한 발음으로 영어를 구사했다. 하지만 문법으로만 영어를 배웠던 나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비참했다. 나만 영어를 조금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전혀 할 줄 몰랐다.


그리고 나는 신문기자가 되기 위해서 큰 결단을 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나의 내성적인 성격을 바꾸기 위해 계획을 세웠다. 강제로 나의 성격을 외향적인 사람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점심마다 다른 사람과 식사하기, 하루에 세 사람에게 먼저 인사하기, 수업 질문 한 번은 꼭 하기. 체크박스를 채우면 무엇인가 달라질 줄 알았다. 그러나 성격은 의지로만 교정되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 속에서 더 빨리 지쳤고, 대화의 말미에 혼자 남는 기분이 두려웠다.


학보사에서도 체감은 또렷했다. 취재 현장에서 나는 질문을 깊게 파고들지 못했고, 녹취록에는 내 질문보다 상대의 침묵이 길게 기록되었다. 수습기자 신분에서 초고는 번번이 붉은 펜을 맞았고, 선임의 피드백은 정확했지만 날카롭게 느껴졌다. “정보는 충분한데, 네가 없다.” 그 말을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점점 알고 있었다. 나는 신문기자가 될 사람이 아니란 사실을.


입학 1년이 채 안 되어, 기자라는 꿈은 ‘불가능’이라는 단어와 비슷한 모양을 띠기 시작했다. 1학년 2학기, 강의실 불빛은 나를 비껴갔고 출석부의 빈칸은 늘어났다. 학보사를 그만두고, 연락을 끊고, 방 안의 시계만 정직하게 움직였다. 잘하던 학생에서 갑자기 작아진 인간으로 바뀌는 일. 그 낙차가 마음을 무너뜨렸다. 비교의 늪은 말이 없었지만, 꾸준히 나를 끌어내렸다. 스스로를 변명하는 문장들이 길어질수록, 나는 더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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