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같이 먹을래요?

한 끼 식사 함께 할 사람이 있다는 것에 관하여

by 오늘도 하루

나의 대학생 생활을 기준으로 봤을 때 식사 시간은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었다.

학교 생활을 하면 오전 수업이 끝나면 자취방으로 돌아가고, 오후 수업이 끝나면 자취방으로 다시 돌아가고.

뭐가 그리 바빠서 졸업을 앞둔 지금, 4학년이 된 내가 지난 3년간의 혼자 먹은 식사 시간이 생각나는지는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고등학생 때까지는 언제나 함께 밥 먹을 사람이 있었다. 집에서 등하교를 할 때인 중학생 때까지는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었고, 기숙사 생활을 할 때는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고 3년이 지나서 누군가와 함께 밥 먹을 시간보다 혼자 먹은 시간이 많다는 사실이 조금은 쓸쓸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군대에서 밥 먹을 때는 취사병들이 해준 밥을 선임, 후임, 동기 모두가 모여서 다 같이 식사를 했으니 이런 쓸쓸함을 느낄 수 없었다. 전역 이후에는 다시 가족들과 생활을 했고 복학을 하고 나서는 다시 혼자 밥 먹는 시간을 늘려갔다. 자취방이라는 공간에서 나 혼자만 있어서 그런지 집에는 항상 노트북으로 유튜브라던가 넷플릭스를 틀어놓으며 집안에 소리를 채웠는데, 와이파이가 망가지면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가 없었다. 인터넷과 접속이 안되니 항상 집안을 채우던 소리들은 사라졌고, 대신 채운 것은 밥시간이 되었다고 나에게 신호를 보내는 배꼽시계뿐이었다.


책상 위에는 똑같은 밥, 그저께 만들어 두었던 반찬, 어제 먹고 남은 국. 분명 똑같은 책상 위에 똑같은 밥과 반찬이 놓여 있는데, 뭔가 어색했다. 내 눈과 귀를 채워주던 동영상이 책상 위에서 사라졌을 뿐인데, 어느 순간 이 방안에는 나 혼자 뿐이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찾아왔다. 사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자취방에 있을 때는 친구들을 부르지 않는 이상 나는 언제나 혼자 살았고, 내 주변을 채운 건 언제나 동영상에서 쏟아져 나오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던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나는 언제부터 이 사실을 잊고 지냈을까.


본가에 가면 저녁 먹으라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고, 다 함께 식탁에 모여 앉아서 부모님과 동생들과 떠들며 저녁 먹는 게 당연한 일인데, 지금 내가 있는 곳, 자취방에서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냄새 맡아진다거나 사람들이 함께 이야기하는 소리 같은 건 들리지 않는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내가 들을 수 있는 것은 노트북 키보드에서 들리는 타닥타닥 거리는 작은 소리뿐이다.


지금 현재 내가 있는 곳에서 혼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혼자라는 것에서 오는 두려움과 이제껏 나와 함께 해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 느껴진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에게 하나 제대로 배운 게 있다면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 시간이었는데, 사실 이건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증거이지 않았을까 싶다. 같이 있을 때는 잊고 있었던 그들의 사랑하는 방식을, 떨어져 있어야만 느낄 수 있다는 게 참 아쉬울 뿐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는 사람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만큼은 휴대폰을 책상 위에서 치우면 어떨까 싶다. 현대인의 필수템이 되어버린 휴대폰과 떨어진다는 게 익숙지 않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휴대폰을 잠시 주머니 속에 넣어 놓고 주변을 둘러보면 휴대폰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 말고도 주변에서 나에게 정보를 전해주고 싶은, 그리고 너의 이야기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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